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약 4개월여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지만 여전히 진영·세대 간 갈등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탄핵 국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통합보다 진영 결집에 더욱 몰입했다는 지적 속에 이른바 '심리적 내전' 극복을 위해 정치권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갤럽이 탄핵 인용 직전인 지난 1~3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에 관해 물은 결과 57%가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반대는 37%였다.
이를 세대별로 분석하면 특징이 두드러진다.
구체적으로는 △18~29세(57%-32%) △30대(63%-31%) △40대(77%-17%) △50대(64%-35%) 등에서는 '탄핵 찬성'이 반대 의견을 압도했다. 반면에 △70대 이상(33%-59%)에서는 탄핵 반대 의견이 다수였다. '찬성 46% 반대 47%'로 엇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60대를 제외하면 탄핵 찬반이 세대 간 갈등 양상을 띈 셈이다.
윤 대통령 탄핵과 수사를 계기로 세대·진영 사이에서 드러난 정치적 갈등이 테러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지난 1월 19일 발생한 서울서부지방법원 점거 폭동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폭력 사태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신속 파면 촉구 기자회견' 도중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던진 달걀에 얼굴을 맞았다.

이는 정치적 선명성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한 '정치 유튜브'와 이를 고려한 알고리즘 등이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극단적인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영호남 갈등에 따른 지역감정이 탄핵 찬반과 맞물리면서 영남 중심으로 퍼진 대규모 산불 재난마저 '반국가세력의 테러' 등 근거없는 주장이 퍼지기도 했다. 아울러 남녀갈등 등도 잠재적인 갈등 위협 요소다.
정치권은 탄핵 국면 수습을 위해 반성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긴 평의를 거치며 헌법재판소가 8대0을 만든 과정은 탄핵 심판 이후 극심한 혼란·분열 대신 국민 통합을 바라는 의중이 담긴 것”이라며 “그동안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했다. 여야와 국회, 대통령 등 모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날카로운 질책이 있었고 이 부분을 정치권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 역시 “진영이나 여야를 떠나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파면되는 불행을 겪게 된 것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국민께 사죄드려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 발표에서 국민에 대한 사죄가 들어갔는데 이런 마음으로 국민 통합을 얘기해야 현실적인 대안을 세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3.7%,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