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과도한 이익회수 겨냥한 신평사…PEF 회수전략에 '경고등'

홈플러스 사태 안팎으로 신용평가사들이 사모펀드(PEF)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자산건전성에 '경고등'을 켜기 시작했다. 홈플러스에 이어 한앤컴퍼니로 대주주가 변경된 SK스페셜티의 신용등급도 한 단계 강등했다. 사모펀드의 무리한 이익회수가 기업에 과도한 부담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SK스페셜티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31일 한앤코30호 유한회사가 SK스페셜티 지분 8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다. SK그룹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이 배제됐다는 점이 주요 등급 하향 배경이다.

두 신평사 모두 SK스페셜티의 향후 재무안정성 변화를 주요 등급변동 검토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향후 주주사에 대한 배당 추이, 인수금융을 감안한 실질적인 재무안정성 수준, 회사채 상환 청구 및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 210.4%, 56.1%에 이르는 차입금 의존도 역시 신용등급 하방 요인으로 꼽혔다.


사모펀드로 대주주가 변경된데 따른 통상적인 수시 조정이라지만 홈플러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의 신평사의 평가 기준은 보다 엄격해진 분위기다. 한신평은 SK스페셜티 등급 하향 조정 직전인 2일에는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 확대로 부각되는 신용도 점검 항목' 보고서를 발간해 PEF가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회수 전략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한신평은 “PEF가 피투자기업에서 지나치게 이익을 회수하는 행위가 투자자와 피투자기업 채권자에게 쌍방 손해를 촉발한다”면서 “당초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우량했으나 사모펀드의 회수 전략 등으로 레버리지 확대가 발생한 업종은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사실상 홈플러스 사태를 촉발시킨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PEF의 인수 기법이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분석한 셈이다.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조성한 특수목적기구(SPV)를 투자대상와 합병하는 시점 안팎으로 회수가 본격화됐고, 이 때 인수기업의 자체 신용도도 크게 악화됐다는 해석이다. 한신평의 보고서 역시 금감원 검사 안팎으로 신평사들이 사모펀드에 대한 평가기준을 공개한 것이란 평가도 시장에 적지 않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신평사 전반의 사모펀드 지배 기업에 대한 평가 체계가 보다 깐깐해 질 것이 유력시 되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부채 현황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선 만큼 검사 결과 여부에 따라 사모펀드가 장기 보유한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신용등급 재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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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신평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만큼 등급 평가 과정에서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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