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나이 가장으로서 성장해가는 인물의 서사를 공감하다보니 조금은 담대함도 생기고, 하고 싶은 범위가 는 것 같다” 배우 박보검이 '폭싹 속았수다' 청년 관식으로의 삶이 준 경험들을 이같이 밝혔다.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에서 열연한 배우 박보검과 만났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과 '팔불출 무쇠' 관식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박보검은 극 중 10~20대 청년 시절 관식을 맡아 연기했다.

어린 시절부터 애순에게 날마다 생선을 갖다 주고 양배추를 팔아주던 것부터, 부산으로의 야반도주에 이어 결혼 이후 아내와 딸을 위하는 뚝심있는 모습까지 헌신적인 아버지이자 남편의 모습을 진득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응답하라 1988'때의 풋풋한 묵직함과는 또 다른 톤으로 견고하면서도 성숙한 '참 어른'으로서의 순수함을 자연스럽게 호흡했다는 점에서 연기력은 물론 매력 면에서도 한층 더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에 대한 국내외 호평, 소회는?
▲감사하다. 작가님이 써주신 좋은 대본과 함께, 필모그래피로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택했던 것이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께 행복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
많은 분들이 그리워해주신 까까머리 청년 관식 뿐만 아니라, 어린 관식부터 중년 관식까지 모든 배우들이 주인공이었던 이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 뜻깊다.

-청년 관식으로서의 포인트?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금과 같은 인물이자,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으로서의 멋진 모습에 집중했다. 10대 때는 운동선수이자 듬직한 성정이 보였으면 한다는 말씀에 잘 먹고 운동하면서 몸을 키웠다.
20대 이후의 모습은 아끼고 좋아하는 애순과 그 사이의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는 '아가페적 사랑'의 결정체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가족들이 넘어지거나 힘이 필요할 때 달려갈 수 있는 단단한 인물로서 성숙해가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표정이나 분위기만으로 '관식' 서사의 설득력을 취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실제로 묵직하고도 툭툭 던지는 말의 힘과 함께 분위기가 주는 힘을 표현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해준선배의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대본리딩때 외에는 크게 마주치지는 못했는데, 걸음걸이부터 말까지 포인트로 뒀던 부분들을 알아채시고 물흐르듯 연결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인상적인 대사?
▲하나만 꼽기에는 어렵다. 문득 생각나는 대사는 나문희 선배님의 춘옥 캐릭터가 말하는 “어떤 여행이었나 할 때 자식들 다 만나고 오는 소풍이었다”라는 말이다. 잠깐 왔다가는 소풍과 같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없을 듯한 '폭싹 속았수다' 사람들?
▲현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입부 중 손이 모아지는 작화의 이미지처럼 애순과 관식을 지켜주는 도동리 사람들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유대감과 관계성이 현재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장 밖으로 아역배우들과 그들을 챙기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식의 마음을 이해하는 한편 저희 부모님의 마음도 떠올리게 됐다. 그 또한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관식과 박보검을 비교하자면?
▲저는 관식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올곧은 성정과 성실함을 직접 느끼게 되고, 그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금은동호 키스신, 아들 동명의 사망신 등 놀라운 감정지점들의 연기?
▲우선 금은동호 키스신은 10대 관식·애순과는 다른 과감함을 좀 더 강조해 표현하고자 했다. 애순 그 자체였던 아이유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꽁냥거리는 연기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도움이 컸다. 대본 상에서 봤던 소위 '반바퀴 혁명'적인 요소와 함께, 금은동명과 애순을 사랑하는 마음이 예쁘게 보여진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동명의 사망신은 막상 접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조심스러우면서도 보시는 분들께 슬픔 이상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함께 해주신 배우분들이 잘 만들어주신 현실적인 분위기와 함께 믿기지 않는 현실에 대한 충격과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을 떠올리며 장면에 접근했던 것 같다.

-박보검을 울린 대표 장면?
▲모든 대사와 장면들이 그랬다. 특히나 곽진언 '이름', 아이유 '밤산책', 디어. 전미도 '귀로' 등의 노래들은 장면 하나하나와 맞물려 공감대가 배가된 듯 했다.
-아이유와의 케미?
▲동갑내기 친구와 작업할 수 있는 기회에 즐거웠다. 물론 연기할 당시에는 애순의 복잡한 감정서사와 금명의 호흡들을 모두 챙겨야 하는 그였기에 서로 연기에 집중하는 데 바빴다.
오히려 홍보하면서 더욱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고 친해졌다. 애순과 금명을 호흡하면서 콘서트까지 준비하는 그를 보면서 '마음의 체력이 정말 튼튼한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저도 아이유, 관식처럼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관식의 시그니처 격인 검지연기는 어떻게?
▲가족을 챙기려는 관식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자, 현재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공감하실만한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했다.
-새로운 모습에 대한 생각?
▲군복무 당시 받았던 '굿보이' 이후에 들어온 '폭싹' 대본을 놓고 해보고 싶으면서도, 어린 나이 가장으로서 성장해가는 인물의 서사를 잘 그려낼 수 있을까가 고민이 됐다.
그런데 막상 글을 읽고 공감하면서 표현하다보니 조금은 캐릭터를 향한 담대함도 생기고, 하고 싶은 범위가 늘게 된 것 같다.

-박보검에게 '폭싹 속았수다'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던,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겨울에는 '응팔' 최택, 봄에는 '폭싹' 하나씩 시그니처가 생긴 것 같다.
앞으로 나올 '굿보이'로 여름을, 이제 가을 매력을 하나 더 챙기면 좋겠다 싶다(웃음). 역할범위만큼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넓어진 것을 느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