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하다. 1년간 모진 비난을 참았는데...”
지난 7일 교육부가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할 경우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뒤 보건복지부 내부 분위기다. 지난 1년간 고강도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패키지를 추진했는데, 정작 교육부 발표 한 번에 그동안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다.
복지부는 의료개혁 정책 주무부처로서 최일선에서 의사들과 대립해 왔다. 매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정책 당위성을 설명하는 한편 때론 의사들을 향한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어떤 때는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의사들의 모진 비난을 온 몸으로 견디며 의료개혁 완수에 사활을 걸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사를 비판하던 국민까지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비판에 가세해 더더욱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의정갈등 탈출구를 찾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백기' 투항에 복지부는 허탈함을 넘어 '멘붕' 상황이다. 지난 1년간 복지부 공무원들은 사실상 휴일도 반납한 채 증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오가며 의료개혁 완수에 힘써 왔다. 특히 의정갈등뿐 아니라 연금개혁 등 굵직한 사회현안까지 다루다 보니 '번아웃'을 넘어 '그로기'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교육부는 물론 여당까지 의대 증원 백지화를 꺼내들면서 의료개혁에 반대하던 의사단체와 사직 전공의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됐다. 실제 의대생들과 사직 전공의들은 의료개혁 패키지 정책의 전면 백지화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제2차관의 사과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주무부처가 힘을 잃었다. 부처의 권위는 곧 정부의 무게다. 당장 갈등 봉합을 위해 주무부처 책임론을 부각시킬 경우 정부 권위도 함께 훼손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