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의 M&A인사이트] 〈10〉M&A마에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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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건빵에는 배꼽처럼 생긴 구멍이 두 개 뚫려 있다. 왜 뚫려 있을까? 건빵을 구울 때 내부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적절히 배출되지 않으면 빵이 부풀어서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하필2개인가? 구멍이 더 많으면 수증기가 너무 빠져버려 건빵이 비스킷처럼 납작해 버린다고 한다. 구멍이 두 개일 때 외관과 식감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인수합병(M&A)은 다양한 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각 기업이 가진 자산, 문화, 인력 등이 조화롭게 결합돼야 비로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연주가 소음이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기 위하여 각 악기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듯, M&A 또한 전략적인 통합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 글에서는M&A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에서 인수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에 이르는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보자.

원인을 지어야 결과가 생긴다. M&A를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우선적으로 명확한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 계열사 늘리기,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닌, 기술력 확보, 시장 점유율 증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이 필요하다. 특히 자사문화, 역량을 면밀히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인수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하는 것이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낙관은 미친 짓이다. M&A의 성패는 인수 대상 기업의 통합 리스크를 얼마나 철저하게 검토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겉으로는 매력적인 기업도 내부적으로 심한 갈등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 단순한 낙관보다는 잠재 리스크를 예측하고 면밀한 실사를 통해 기업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신중한 검토 없이 진행된M&A는 기대했던 시너지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혼란과 비용중가 만을 가져올 뿐이다. 성공적인M&A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M&A는 점령군이 아니다. M&A는 필연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이 존재하며, 이는 지배와 굴종의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일방적 구조조정, 조직문화의 강요, 내 사람 심기 등 일방통행식 강압적 지배는 불신과 내부저항, 핵심인재의 이탈로 이어진다. 다임러(Daimler)와 크라이슬러(Chrysler)는 대표적 실패사례다. 다임러는 독일식 엄격한 기업 문화, 크라이슬러는 미국식 자유롭고 유연한 경영 문화를 가지고 있었고 결국 이 둘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재매각 됐다. 상호 존중과 점진적인 변화, 신뢰 구축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수기업은 절대적인 권력자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지휘자다. 일방의 희생이 아닌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M&A의 본질이다.

“1+1〉2”가 되어야 한다. 요즘 보이스피싱 범죄가 심각하다. AI기업과 빅데이터 기업이 결합하면 통화 중 보이스피싱 탐지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M&A는 둘 이상의 요소를 결합시켰을 때 단순한 합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같은 효과를 시너지(Synergy)라 한다. M&A는 더 크고 강한 존재로 거듭나는'따로 또 같이'의 혁신적인 도전이다.

M&A는 단순한 숫자나 자산의 합이 아니다. 사람과 문화, 전략적인 요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멋진 작품을 만들기위해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야 하듯 완벽함이란 조화로운 공존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위대한 오케스트라는 훌륭한 지휘자 아래에서 탄생한다. 성공적인M&A도 M&A마에스트로의 뛰어난 전략이 필요하다.

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tskim@pivotbridge.net

〈필자〉1988년 대학시절 창업한 국내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경영인이며 M&A 전문가다. 창업기업의 상장 후 20여년간 50여건의 투자와 M&A를 성사시켰다. 전 바른전자그룹 회장으로 시가총액 1조, 코스닥 10대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수출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그가 저술한 '규석기시대의 반도체'는 대학교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2020년 퇴임 후 대형로펌 M&A팀 고문을 역임했고 현재 세계 첫 디지털 M&A플랫폼 피봇브릿지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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