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민서가 록 밴드를 결성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조금 의아했던 게 솔직한 심경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민서는 정식 데뷔도 하기 전 발라드로 분류되는 ‘좋아’로 이름을 알렸고, 데뷔 이후로도 발라드, 팝, R&B 등 록 장르로 분류하기 어려운 음악 스타일을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에 민서 본인도 “맞다”라고 이를 인정하면서도 “그런데 어릴 때부터 인디 밴드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록 장르를 좋아해 밴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고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사실 당연한 말이다.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는 게 그 장르를 좋아하지 않다는 뜻은 아닐뿐더러, 앞으로 시도하면 안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민서의 밴드에 대한 의지는 한순간의 호기심 수준이 아니다. 민서는 싱글 ‘Another Way(어나더 웨이)’를 위해 정식으로 밴드를 결성했으며, 이름도 ‘민서’가 아닌 ‘90 project(나인티 프로젝트)’라는 밴드명을 앞세우고 있다.
민서는 “어릴 때부터 밴드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고 밴드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데뷔 이후 한 번도 밴드 음악을 하지 못했다. 이번 컴백에는 꼭 밴드 음악을 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여기서 운이 좋았던 점은 민서의 밴드에 대한 오랜 염원을 이뤄 줄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민서는 “21살 때부터 친구이자 작곡과 프로듀싱을 하는 강버터라는 친구와 평소 음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이재준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들과 내가 좋아하는 음악, 방향성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예전에는 열정만 있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신곡을 준비를 하다가 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밴드 ‘90 project’의 탄생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둘 점은, ‘90 project’는 ‘솔로가수 민서’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팀이라는 것이다.
민서는 “‘Another Way’는 ‘솔로가수 민서’가 아니라 ‘90 project’로 나온 곡이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 90 project에 어울리는 음악은 여기에 담고, ‘솔로가수 민서’로 선보였던 발라드 등은 민서로 나올 예정이다. 민서로 먼저 활동을 했고 이름을 알렸지만, 아무리 내가 ‘이만큼 준비했으니 들어주세요’라고 해도 사람들이 들어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90 project와 솔로가수 민서로 각각의 음악을 인정받으려고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90 project는 처음부터 멀리, 길게 보고 결성한 팀이다. 민서는 “싱글부터 낸 이유는 올 한 해 싱글을 자주 내서 차곡차곡 곡을 쌓기 위해서다. 그렇게 곡이 쌓이면 연말에 작게나마 90 project로서 공연을 하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이후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싶다”라고 팀의 목표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 목표의 기념비적인 첫 걸음이 바로 ‘Another Way’다. 민서는 ‘Another Way’를 두고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Another Way’는 내가 작사를 했다. 예전에 나는 후회가 많았다. 항상 ‘만약’을 생각하며 과거에 머물렀다. 그래서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어렵고 겁이 났다. 다행히 지금은 생각이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때 그 선택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김민서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는 다 만약일 뿐이고, 맞고 틀리고가 없다. 이런 내 경험과 그것을 통해 얻은 용기를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Another Way’에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게 맞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라며 힘을 줘 말했다.
제법 진중하고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Another Way’지만, 음악적으로는 모던록 계열의 밝고 경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언뜻 들으면 윤하나 유다빈밴드 등이 연상되기도 한다. 민서 역시도 그런 스타일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민서는 “장르는 모던록 계열이다. 지금은 이런 방향성을 가져가고 싶다. 윤하도 그렇고 하현상, 데이식스, 우즈 등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있다. 아직은 밴드에 여자 보컬이 많이 없는 편이라 틈새시장 노리고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반쯤 농담으로 말하긴 했지만, 누차 밝힌 것처럼 밴드와 록을 향한 민서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직접 “내 안에 락커의 피가 흐르고 있다”라고 단언한 민서는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분명히 흐르고 있다. 나도 라이브 공연을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 페스티벌도 많이 가고, 그때마다 너무 좋고 심장이 뛴다. 자유로워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도 꼭 그런 무대에 서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서는 “당장 목표라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싶다. 그리고 나아가서 후지락페스티벌도 한 번 나가보고 싶다”라는 원대한 각오와 함께 록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어느덧 민서는 만으로 28살, 세는 나이로 30살이 됐다. 막 스무살에 접어들었을 때의 막연함과 불안감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펼칠 시기다.
민서는 “요즘 가장 크게 느끼는 건 ‘너무 재밌을 것 같다’이다. 20대 때는 고민이 너무 많았고 헤쳐 나오는 방법도 몰랐다. 이제는 안정감이 생겼다. 조금씩 인생이 재밌다. 앞으로 기대가 된다. 20대 초, 중, 후반이 다른 것을 체감해서 더 그렇다. 30대는 또 얼마나 재밌을까 기대가 된다”라고 자신 앞에 놓인 미래를 즐겼다.
알 수 없는 미래마저 즐기는 마인드. 역시 민서에게는 락커의 피가 흐르는 것이 분명하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