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제한' 유발하는 MBK·영풍 적대적 M&A…고려아연 인수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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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에 대한 MBK·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아연 등 핵심산업소재의 독점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인상 가능성 등 경쟁제한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로 인해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주식 취득·소유 △임원 겸임 △합병 △영업양수 △회사 설립 참여 등을 기업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MBK·영풍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 역시 공개매수를 통한 주식 취득이 이뤄진 만큼 이를 통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지배권 변동을 초래하여 공정거래법 상 '기업결합'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행위 등을 통해 시장의 경쟁 제한이 우려될 경우 심사를 통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기업결합심사' 제도다.

구체적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 11조에 따르면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규모가 3000억 이상인 기업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지분 취득 등을 통한 기업결합 행위를 했을 경우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기업결합 사실을 신고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장기업에 대한 지분 취득인 경우 전체발행주식총수의 15% 이상 주식을 새롭게 취득했을 경우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법조계에서는 MBK가 지난해 영풍과 연합한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을 새롭게 취득한 만큼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풍의 경우 기존에도 고려아연 지분을 15% 이상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영풍이 단독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즉 MBK와 영풍은 공개매수 주체인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 홀딩스를 통해 주식을 취득할 경우 영풍이 기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포함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약정한 만큼 MBK가 '새롭게' 고려아연 지분 15% 이상을 취득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난해 공개매수 등을 통해 특별관계인 영풍 측과 공동으로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6.72%에 달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14조 1항 3호에 따르면 MBK의 입장에서는 영풍은 경영을 지배하려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기업 결합에 참여하는 MBK의 '특수 관계인'으로 분류되는 만큼 MBK는 15%이상 지분을 새롭게 취득한 것이 되어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설사 영풍은 이미 15%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신고 의무는 발생하지 않더라도, MBK와 공동으로 확보한 지분을 통해 자신이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던 고려아연에 대해 지배권을 확보하게 되어 시장에서의 경쟁구조가 경쟁제한적으로 변경됐으므로 공정위가 영풍의 지배권 확보에 대해 직접 직권 심사에 나설 수도 있다. MBK·영풍이 공개매수 등을 통한 추가적 지분 취득으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게 될 경우 영풍을 중심으로 아연 제련시장에서 차지하게 될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BK·영풍이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아연을 비롯한 산업소재와 여러 전략광물자원 공급망을 독점하는 문제점과 함께 '경쟁 제한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당국의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과 함께 국내 아연시장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경우 독점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풍의 경우 주력 사업인 제련업에서 몇 년째 적자를 반복하고 있는만큼 이를 보전하기 위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단기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사모펀드까지 아연공급망을 장악한 영풍에 가세할 경우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철강금속업계에서는 독점의 폐해로 아연괴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중국 제련 기업들의 수요 증가로 아연 정광 가격은 상승한 반면, 제련 기업들이 받는 수수료(TC)는 하락해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철강과 자동차, 건설 등 산업계 전반에 가격인상이라는 부정적인 도미노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영풍에서 사실상 아연 공급망을 독점하는 효과 외에 MBK역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통해 아연시장에 새 플레이어로 진입하면서 '경쟁제한성'의 유발 주체로서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될 거란 의견도 나온다.

영풍과 MBK의 이런 특성들로 인해 MBK·영풍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제9조 3항에 따르면 기업결합으로 특정 회사의 점유율 합계가 시장지배적 사업추정요건(셋 이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75% 이상)에 해당하고, 해당 거래 분야에서 점유율이 1위인 동시에 2위와의 격차가 전체 점유율의 25% 이상 차이날 경우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풍과 고려아연은 비록 형식상으로는 동일한 기업집단에 소속되기는 하지만, 경영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상호 경쟁관계에 있었으나,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 등을 통한 추가적 지분 취득으로 고려아연의 경영을 지배하게 되면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이 통합되어 국내에서 독점 사업자를 만들게 되어 경쟁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게 되는 고도의 경쟁제한성이 발생하게 되는 만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와 허가가 필요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아연 제련업이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데다,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공정위가 직권 심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의 심사가 이뤄지고, 시장과 업계의 독점 우려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이 이뤄지면 당국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규정된 시정 조치는 △(주식 취득 등) 행위의 중지와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 △임원 사임 등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2003년 이후 8건의 기업 결합 심사를 불허하며 이미 취득한 주식을 매각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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