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65.9원까지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인 1450원선을 가볍게 넘기며 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서 환율이 오가고 있다. 15년 9개월만의 최고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원화 약세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500원선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불안감이 빠르게 번지는 분위기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4원 오른 1464.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성탄절 휴일을 지나고 개장한 외환시장은 전일 대비 1.2원 내린 1455.2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오전 10시경 1465.5원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이내 진정되는 듯한 상승세는 오후 2시경 한덕수 국무총리의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재차 올라 1465.9원을 찍은뒤 소폭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는 지속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 내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하방 압력이 확대됐던 외환시장에 재차 악재가 겹친 꼴이다.
대외 요인도 원화에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다. 앞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4번에서 2번으로 줄였다. 달러 강세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정치 불안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환율이 내려갈만한 조건도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직전 달러·원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2025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에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도 힘을 못쓰고 있다. 이날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0.44% 하락한 2429.67, 코스닥은 0.66% 하락한 675.6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배당기준일에도 불구하고 통상의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는 보이지 않았다. 지속되는 고환율에 배당보다 환차익 손실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