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찾기 위해서 배우자 이메일이나 사진 등을 뒤지는 경우도 있으며, 회사에서 다른 직원의 비위 사실을 캐기 위해 그 직원의 파일이나 자료를 뒤지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다른 사람의 이메일, 사진, 파일 등을 뒤진 자에 대해 최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 바, 이를 중심으로 어떤 형사적 처벌이 문제되는 지 알아보고자 한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도5555 판결 사안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배우자가 피고인과 다툰 후 가출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인은 배우자와 함께 사용하던 컴퓨터에 구글 계정이 로그인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배우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약 2~3일에 걸쳐 배우자의 구글 계정 사진첩에 들어가 사진을 보거나 일부 사진을 다운로드 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5226 판결이 있는데 그 사안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회사 사무실에서 동료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 직원과 종교 포교 문제로 분쟁이 있던 중 자신에 대한 강제 포교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동료 직원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설치된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관함'을 열고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동료 직원의 선교활동 계획 및 메신저 대화내용을 복사해 피고인의 영역으로 전송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피고인이 타인의 정보나 자료에 접근한 사안인데,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도5555 판결 사안은 타인의 로그인 계정을 이용한 것이고,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5226 판결 사안은 타인의 컴퓨터을 이용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위 두 사안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였는데,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도5555 판결 사안의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식별부호를 이용'했다는 것이고,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5226 판결 사안의 경우 '컴퓨터에 저장ㆍ보관되어 있는 정보도 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도5555 판결 사안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은 그 보호조치에 대한 침해나 훼손이 수반되지 않더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식별부호를 이용하거나 보호조치에 따른 제한을 면할 수 있게 하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등의 방법으로 침입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는 바,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 위반(정보통신망침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5226 판결 사안의 경우, 정보통신망으로 처리·전송이 완료된 다음 사용자의 개인용 컴퓨터(PC)에 저장·보관되어 있더라도, 그 처리·전송과 저장·보관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됨으로써 정보통신망과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서만 열람·검색이 가능한 경우 등 정보통신체제 내에서 저장·보관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비밀로 보아 정보통신망법 제49조(비밀침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로그인 계정이나 켜져 있는 타인의 컴퓨터 등에 무단으로 접근하는 경우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비밀 등이 누설되거나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로 보이는 바, 이혼 목적이나 징계 목적 만을 유념한 나머지 타인의 로그인 계정이나 켜져 있는 타인의 컴퓨터 등에 무단으로 접근하는 행위에 매우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