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인터넷은행에서도 보험 가입이 가능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방카슈랑스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보험을 판매하지 않았으며,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모바일 방카슈랑스를 오픈했으나 작년에 철수했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이 수수료수익 증대를 위해 방카슈랑스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실제 올 3분기 기준 4대 주요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방카슈랑스를 통해 거둬들인 수수료수익이 2837억원으로 전년 동기(2062억원) 대비 38%나 확대됐다.
인터넷은행이 보험 판매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회사별 상품 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방카슈랑스 25%룰' 규제가 꼽힌다. 25%룰은 은행이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한 보험사 상품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지난 2003년 은행의 특정 보험사 밀어주기나, 보험사 시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인터넷은행 입장에서 25%룰을 준수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비대면으로 보험을 판매해야 하는 채널 특성상 보험기간이 길고 복잡한 구조의 생명보험 상품보다, 비교적 간단한 구조 손해보험 상품을 위주로 판매해야 하는데 손보사 방카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화재가 은행 채널 신규 영업을 중단하면서 현재 손보사 중엔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정도만 남은 상태다. 상품을 공급하는 보험사가 적을수록 25%룰을 지키는데 제약이 크다.
예컨대 현대해상 보험이 인기를 끌어 판매량 25%를 조기에 달성한 경우, 은행은 소비자에게 많이 판매된 상품 대신 타 보험사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작년 3월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는 은행권 제도 개선TF를 통해 인터넷은행에 대한 방카슈랑스 규제 적용을 예외로 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주도로 개최되고 있는 보험개혁회에서 방카슈랑스 25%룰 완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상품 판매 비중을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25%룰 때문에 보험에 유연한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규제 완화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터넷은행들도 방카슈랑스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 검토하고 진출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앞서 지난해 카드슈랑스(카드사가 판매하는 보험)에서 회사별 판매 비중을 기존 25%에서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가 4개 이하인 경우 50%까지 완화한 바 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