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규모유통업계 중 e커머스 분야의 불공정행위가 가장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관행이 전년에 비해 개선됐다고 응답한 납품업체 비율이 전년보다 10%포인트(P) 이상 급락해 70% 선이 무너졌다.
공정거래위원회 1일 주대규모유통업체 9개 업태 42개 브랜드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7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유통분야 거래관행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거래관행이 전년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응답한 납품업체의 비율은 85.5%로 전년(90.7%)보다 5.2%P 감소했다. e커머스가 작년(80.6%)에서 올해 69.3%로 급락하고, 아울렛·복합쇼핑몰은 작년(95.1%)에서 올해 87.7%로 떨어지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e커머스 업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반적으로 불공정거래 양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대금 지급 지연을 경험했다는 응답률(특약매입 22.9%, 직매입 11.9%)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e커머스가 법정기한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응답과 함께 법정기한 자체가 길다는 응답도 있어, 전반적인 대금지급 실태와 관련 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다.
e커머스 업태의 불공정행위 경험율은 대금 지급 이외에도 모든 행위유형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유통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짐에 따라 각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 판촉비 부담전가, 판촉행사 참여 강요, 부당반품, 배타적거래 강요 등 여러 유형의 불공정행위가 빈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공정위는 올해 최초로 면세점 업태와 뷰티·패션·전자제품 등 전문적인 물품을 취급하는 전문판매점 업태를 조사대상에 추가해 서면 실태조사 범위를 넓혔다. 전문판매점의 경우 부당감액, 대금 지연 지급, 부당반품 등 주요 행위 유형별 불공정행위 경험률이 e커머스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판매촉진비용 전가와 관련한 거래관행 개선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고, 불공정행위 경험률 또한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대규모유통업자가 매출확대를 위해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납품업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반칙행위를 엄단하기 위한 사후 규율 강화 필요성을 확인했다.
공정위는 “납품업체들이 판촉행사비용 전가행위에 대한 우려가 큰 점을 고려하여 판촉비 전가행위에 대한 감시와 법 집행을 강화하겠다”면서 “판촉비 전가행위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추가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