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결국 거버넌스 교육이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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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

△AI시대의 핵심 동인은 데이터

세계를 휩쓴 챗GPT 돌풍이 낳은 것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에 대한 높은 효용성의 자각, 그리고 누구나 쉽게 AI를 활용하는 'AI 일상화' 촉발이다. 이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AI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되면서, 질병의 진단·예방·치료·관리 등 의료서비스의 모든 주기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거대언어모델(LLM)이 급속도로 고도화되면서, 보다 정교한 예방의료 및 개인 맞춤형 치료가 실현될 날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AI의 일상화로 이 분야가 모든 국가와 산업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핵심 동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세계 선진국들이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무한 경쟁 중이라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 역시 데이터를 산업의 혁신성장과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동력으로 인식해,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법·제도 기반으로 2020년 2월 데이터 3법을 개정했으며, 2020년 8월에는 데이터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가명정보 제도를 도입해 부가가치 높은 보건의료분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의 특수성

각종 데이터 중에서도 보건의료 데이터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활용'과 '보호'의 적절한 균형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신약후보물질의 발굴이나 적응증(신약의 효능) 확대를 위한 연구, 유전적 코드에 기초한 맞춤형 약품 개발(정밀의약) 등의 분야에서 보건의료 데이터가 적절히 활용된다면, 연구 기간의 상당한 단축을 비롯해 다양한 효용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건의료데이터는 주로 진료행위가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에서 생성되며 개인의 신체에 관한 내밀한 정보가 포함돼 '민감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 형태가 다양하며, 정형과 비정형(MRI영상, 기록지, 초음파 등)이 혼재된 비구조적인 형식으로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는 탓에 기술적으로도 어려워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복잡성'이 존재하는 데이터다.

또 의료진과 같은 전문가에 의해 생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그 생성과정과 정보처리에 있어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며, 여기에 보건의료데이터의 2차 활용을 위해서는 관련법률(의료법, 개인정보 보호법, 생명윤리법) 모두 검토해야 하는 데이터이기도 하다. 때문에 법률 간 우선순위가 모호한 법과 제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결국 지속성과 사람의 문제

이처럼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윤리, 연구, 가명처리, 분석 등 여러 방면의 높은 이해가 필요한데, 현장에서는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 보유기관(공공기관, 의료기관)의 가명정보 제공을 위한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처리 기간이 지연과 가명정보 활용 시 법적 컴플라이언스 리스크(재식별 위험, 정보유출 등) 부담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분야 교육이 존재하기는 하나, 단순 분석과 품질관리 측면의 기술적 교육, 단일영역의 특화 교육에 머무르고 있어 한시적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변화하는 법과 제도, 윤리 등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거버넌스 기반 교육은 부재한 실정이다.

△거버넌스 기반 교육이 해답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보건의료데이터를 총괄하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관심과 보건의료데이터 전문기관인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의 역할이 필수적이며 보건의료데이터인력 양성을 위한 거버넌스 협의체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데이터의 안전한 보호와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이 연구되고,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전문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이는 보건의료라는 민감하고 특수한 분야가 AI라는 시대의 수혜를 맞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 kkh7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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