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 논의로 촉발된 동덕여대 사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으나, 학생과 대학 본부 간 이견을 보이면서 또다시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25일 동덕여대 총장과 처장단은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과대 총학생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처장단은 “학교의 입장은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완전 철폐가 아닌 잠정적 논의 중단”이라며 “현재 학생들이 점거 중인 본관을 해제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반면, 총학생회장단은 “백주년기념관을 비롯해 다른 건물 점거 해제는 학교 측의 입장문 발표와 학생 의견 수렴에 대한 것”이라면서 “본관 점거를 풀기 위해서는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전면 철폐 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말했던 사안”이라고 맞섰다.
결국 이날 간담회에서 양측은 다음 협의 일정도 결정하지 못한 채 이견만 확인하고 마무리했다. 김명애 총장은 간담회 이후 “20일 진행된 학생총회는 정상적 절차가 아니며, 12일 음대 졸업연주회에서 발생한 교수 협박 및 공학반대 선언문은 교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안”이라며 “학내 정상화를 위해 폭력사태, 교육권 침해, 시설 훼손 및 불법 점거에 대해 법률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단호히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논란은 정치권 등 학교 밖에서 갈등을 키우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책임자인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ㄷ여대'를 거론하며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확산하자 글을 삭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동덕여대 사태에 대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 없다”면서 “이미 벌어진 재산상의 피해 등에 대해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남녀공학으로 전환됐던 대학은 그때 당시 필요성에 의해 전환이 됐을 것이고, 여대로 남는다면 여대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그 목표와 계획은 대학마다 다 다르므로 대학이 결정할 일인데 정치권과 주변에서 부채질해 사태가 확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대학은 재정적 문제나 새로운 목표를 찾지 못하면서 공학 전환을 시도한 것이지만 학생과 사전 협의를 촘촘히 해나가면서 소통해야 했다”며 “다만 여대로 계속 생존하고 싶다면 학생과 기업이 원하고, 사회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대학과 학생은 새로운 목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