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이것 만은 먹지 마라”...라오스에서 여행객들 숨져

Photo Image
지난 19일(현지시간) 라오스 방비엥의 한 호스텔 매니저가 이 곳에서 파는 보드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호스텔에 투숙한 호주 여성 2명이 메탄올 중독 증상을 보여 1명이 숨지고 1명은 중태다.〈사진=연합뉴스〉

라오스의 대표 휴양지 방비엥에서 외국인 여행객들이 메탄올이 섞인 것으로 추정되는 술을 마신 뒤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로 인해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가짜 음료'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빗발치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 특히 메콩강 유역의 국가들 사이에서 메탄올 중독은 잘 알려진 문제이지만, 이들 국가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각국의 경고에도 배낭여행객들에게는 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방비엥의 한 호스텔을 찾은 영국인, 호주인, 미국인 각각 1명과 덴마크인 2명이 호스텔이 제공한 술을 마신 뒤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함께 술을 마신 호주인 1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라오스 경찰은 이들이 묵은 호스텔 매니저를 구금, 조사 중입니다. 덴마크 외무부도 이번 라오스 관광객 사건과 관련해 자국민 2명이 라오스에서 숨졌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도 방비엥에서 미국인 1명이 숨졌다고 확인했다. 뉴질랜드 외교부도 자국민 한 명이 라오스에서 중태이며 메탄올 중독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혀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메탄올이 섞인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메탄올은 무색의 독성 알코올로 인체가 메탄올에 노출될 경우 시신경 손상을 비롯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제의료자선단체 MSF에 따르면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메탄올 중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주류 생산업자가 에탄올 대신 저렴한 메탄올을 사용한 가짜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라오스에서는 가짜 음료를 적발할 인력이 부족하고 식품 및 음료, 주류에 대한 규제가 미비한데다, 가정에서 손쉽게 가짜 음료를 만드는 사례가 많아 메탄올 음료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최근 영사관 및 자국의 여행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이같은 가짜 음료를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칵테일 등 여러 종류의 술과 음료를 섞은 술이나 이미 개봉한 병 또는 캔에 담긴 음료 등은 메탄올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어 피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라오스 방비엥은 서방 등 세계 각국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배낭여행의 성지'로 불린다. 국내에서도 '꽃보다 청춘'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져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