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면서 시장은 스타트업 우위에서 투자자 우위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초저금리 시대에는 자금이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들이 고평가된 가치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자본 조달이 어려워지고, 그 결과 스타트업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 1년차 폐업률은 35.2%로, OECD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하며, 5년차 폐업률은 66.2%로 OECD 평균을 초과한다. 이러한 높은 폐업률은 단순히 경제적 요인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경험 부족, 자본 취약, 아이템 선정 실패, 경영 운영 미숙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 창업자들은 한 번의 실패 후 재도전하기보다는 취업시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이는 사회가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인식 문제로 이어진다.
실리콘밸리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평균 실패 경험은 2.8회며, 첫 창업의 실패 확률은 80%에 달한다. 이는 혁신 창업이 단순히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창업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지원 기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기업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멘토링, 교육,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투자 혹한기 속에서 스타트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이하 AC) 지원이 절실하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 가치를 낮추고 재조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후속 투자 유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는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 중 68곳이 폐업했으며, 그 중 56%는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이었다.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상황은 투자사들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벤처캐피털(VC) 기업 중 다수가 경영 건전성을 잃고 있으며, 이는 스타트업 실패가 결국 투자사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트업 성공은 액셀러레이터 성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AC가 생존을 넘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역량은 필수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창업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모태투자조합이 신설됐고, 이명박 정부 때 창업 절차를 간소화하며 1인 창조기업을 활성화하는 전략이 추진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팁스(TIPS) 프로그램이 도입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벤처투자촉진법이 제정되며 창업 지원법이 개정됐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전략을 발표하고, 규제 개선을 통한 민간 벤처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여전히 창업의 생존 문턱은 높다.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고 폐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험 부족, 자기자본 취약성, 아이템 선정 실패,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경영 운영 실패가 주된 원인이다. 또 자금 조달과 투자 유치 실패, 팀워크 문제, 비즈니스 수익화 실패 등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들은 역으로 해당 폐업 이유를 보완할 수 있다면 스타트업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AC는 바로 이러한 초기 기업 생존율을 높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수 있는 멘토링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비즈니스 수익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전문 멘토가 컨설팅을 수행하며, 자본이 부족할 경우 투자 등을 통해 스타트업에 시드 머니를 제공한다. 이러한 AC 성공은 스타트업 성공과 직접 연결돼 있다. AC는 기업 성장을 위해 투자를 집행하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자본 관계가 얽혀 있다. 즉, 투자한 기업이 성장하면 회사 가치가 올라가고, 이는 AC 투자조합 가치도 상승시킨다. 반대로 스타트업이 폐업하면 AC 투자조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어려운 투자 환경 속에서도 창업자와 AC가 협력해 스타트업 생존과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폐업률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창업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초기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생존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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