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현대차 등 한국경제인협회 소속 국내 16개 기업 사장단이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저지를 호소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요 기업 사장단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법 개정안 통과 저지를 포함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한경협과 주요 기업들이 긴급성명을 발표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한경협과 사장단은 이날 “기업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상법 개정은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호소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종기가 나면 환부만 치료하면 되는데 상법 개정안은 팔·다리를 모두 건드리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꼴”이라며 “이례적으로 16대 그룹 사장단이 모두 모여 호소문을 낭독하게 된 배경을 다시 한번 돌아봐 주십사 하는 간절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기업인들은 국회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경제가 헤어나오기 힘든 늪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해외 투자 등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송이 남발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이 심해져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 하락을 야기한다고 내다봤다.
김창범 상근부회장은 “소수주주 보호 필요성은 공감하나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며 “잘못된 부분만 개선하는 핀셋 방식의 제도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협과 16대 기업 사장단은 앞으로 열리는 국회 법사위와 상임위, 더불어민주당 경제활성화 TF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16대 기업 사장단은 “정부는 경제가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혁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의 분야에 힘을 더하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을 서둘러 달라”며 “경제계는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 등에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