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집단에너지 정책이 정작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한 집단에너지법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집단에너지 신규 허가 체계를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연동해 사업자 입찰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기존 집단에너지법의 사업인허가 조항은 그대로 둔채 시행규칙만 개정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산업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필요한 LNG발전 용량을 공지하고, 사업자들이 가격 경쟁을 통해 이 용량 범위에서 입찰을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두고 국회의 법률 개정 절차를 무시하고 시행규칙 개정으로 상위법인 집단에너지사업법을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에너지사업법은 주택 개발과 산업단지 같은 특정 고시지역에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제정됐다. 사업자 인허가 요건을 법률로 규정했다.
인허가 요건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통해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산업부는 손쉬운 시행규칙 개정을 택했다.
정부가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사업권을 제한하거나 그 조건을 변경하려면 법률에 근거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집단에너지사업법은 집단에너지 사업 허가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위임 조항이 없다. 즉, 시행규칙을 통한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기본권 제한은 헌법과 상충하게 된다.
현 집단에너지사업법은 사업허가를 받은 경우, 전기사업법상 별도 발전사업 허가가 필요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시행규칙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발전사업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법과 전기사업법도 부딪히는 모양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이 상위 법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집단에너지 사업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받은 경우 발전사업의 허가를 받은것으로 의제하고 있고 집단에너지사업에 열 공급에 대한 허가요건, 전기사업에 전기사업허가에 관한 요건 등을 따르고 있다”면서 “허가절차 상 전기생산 및 공급에 대한 심의근거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절차 병합을 통해 허가절차의 편의성,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