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51]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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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오늘날 우리는 무수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친구, 직장 동료, 배우자, 동업자, 형과 누나, 언니, 동생, 그리고 현실 밖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또 다른 '나'까지, 서로를 얽히고 설키게 하는 연결들이 우리를 감싼다. 하지만 이런 관계들이 갈등과 대립없이 유지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마치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일부처럼, 갈등은 우리의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해한다”는 말이 요즘 들어 점점 모호해지고 있음이 이 때문이지 않을까?

이해란, 결국 내가 경험한 것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그 한계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다양한 콘텐츠와 경험을 통해 나와 다른 관점을 수용하려 해도, 더 많은 가치관과 세계관에 노출되면서 혼란이 더 깊어지는 듯하다. 단순히 내가 알고 있는 틀을 넘어서, 끝없이 다양한 사고와 가치에 맞닥뜨리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알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초연결 사회 속에서 기준은 점점 흐려지고, 각 개인의 선택과 가치가 존중되고, 그 결과, 각자의 다양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세계관이 다르고, 이에 따라 합의된 기준이 점점 의미를 잃어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원시 시대로 돌아가 본다면, 그들은 순수한 생존을 위해 투쟁하며 살았다. 그러나 우연히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서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는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들었다. 잉여 생산물을 보관하고 착취하며 세상은 복잡해졌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가치관이 태동했다. 이제 인간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목표와 욕구를 추구하기 시작했고, 서로를 이해하기는커녕 본능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세상은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의 경계가 흐려지는 다양성의 장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끊임없이 협력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가치관과 현실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실 속의 나와 꿈꾸는 나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현실은 점점 왜곡되어간다.

스스로 질문해 보자.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우리”라는 단어는? 친구, 나눔, 분배, 행복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조차도 이 단어들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질 것이다. 다름이란 이제 흔한 현상이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기본 조건이다. “정상,” “평균,” “표준”이라는 단어들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그 대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는 끊임없이 타인의 생각과 협상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요구되고 있다.

설령 상대가 소시오패스거나 사이코패스라 해도, 이 다채로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그들의 생각조차도 일부분 수용하고 조율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때로는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도 최소한의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나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기보다, 다름을 마주하고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야 하는 시대다.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더 복잡할 것이고, 인공지능과 바이오 기술은 인간의 노동 시간은 줄이고, 인구는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생각 할 시간이 많아지는 인류의 갈등은 더욱더 다양하고 복잡해지지 않을까? 그 속에서 무엇을 “이해한다”는 말은 무의미해지고. 너무나 다양한 세계관과 가치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기보다는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거나, 나의 가치관이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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