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이다. 한국에서는 환호보다 우려가 커 보인다. 워낙 예측불가능한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언론에선 '박빙', '초접전' 등 보도가 많았지만, 오래 전부터 미국 현지 분위기는 트럼프 2.0을 인정했다. '정신승리'는 문제 해결이 아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우리는 힘겹게 대응해가야 한다. 오히려 큰 기회일 수도 있다.
IT와 실리콘밸리를 품은 미국 서해안 지역(The Left Coast), 금융의 뉴욕과 바이오테크 뉴잉글랜드의 북동부연합인 '양키덤(Yankeedom)'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가 트럼프 2.0을 선택한 압승이었다. 우리의 미래인 첨단기술 산업은 어디로 가는가? 캘리포니아 출신인 해리스 후보는 IT 업계와 관계가 각별했지만, 윤리적 사용을 위한 인공지능(AI) 규제 촉진과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조했다. 반독점법 강화, 개인정보 보호, 신생기업을 위한 공정한 경쟁환경을 약속했다. 반면, 트럼프는 혁신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규제 최소화를 주장했고 빅테크에도 자유시장 경쟁을 더 강조했다.
민주당의 오랜 텃밭 실리콘밸리에 변화가 찾아왔다. MS, 세일즈포스, 링크드인 창업자는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피터 틸(페이팔), 래리 엘리슨(오라클) 등은 규제 및 법인세 완화 등 친기업적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실리콘밸리는 분열했다. 과거 민주당에 투표했던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에 2500억원을 지원했고, 일등 공신이 됐다.
부동산 사업가이자 스스로가 셀럽이기도 한 트럼프 후보가 1.0 선거 때는 첨단기술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별반 제안하지 않았었음도 기억하라. 온난화나 전기차 따위엔 관심 없었고, 더 많은 화석연료를 원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백신 접종도 무시했다가 큰 파국을 겪었다. 트럼프 정책은 '즉각적인 패권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었다. 관세를 통한 대중국 무역전쟁을 지휘했다. 반도체, AI, 바이오 등의 첨단기술 봉쇄와 산업 밸류체인 디커플링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었다. 트럼프 2.0은 방향만 변경한 것일까? 혹은 학습효과로 한 단계 진화를 해낸 것일까? 알 수야 없지만, 변증법적 '한 단계 진화'이기를 기원해 본다.
1.0 선거에서 환경이나 전기차에 부정적이던 트럼프를 반대했던 일론 머스크는 2.0 선거의 적극 지지로 돌아섰다. 사실 테슬라의 '슬로건'은 전기차 회사가 아니다. 꿈의 완전자율주행 기술 FSD 회사다. 전기차는 현실을 고려한 중간단계다. 그 다음 중간단계는 무인-원격 조정 '제한형 로보택시'이고, 운행 데이터 기반의 '모빌리티 금융'이다. 물론 여전히 궁극의 '슬로건' FSD를 외친다. '화성을 점령하라!(Occupy Mars!)', 트럼프 유세 지원중인 머스크의 티셔츠 문구다. 스페이스X는 인공위성과 스타링크 회사다. 그 다음 중간단계는 로켓 재사용을 통한 지속가능한 우주항공 산업이다. 궁극의 '슬로건'인 '화성 점령'을 외친다.
바이든은 AI 위험에 대한 엄격한 안전성과 보안성을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를 '과도한 규제'라며 '즉각적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사실 '완전 FSD'나 '화성 점령'은 언제쯤 이뤄질지 알 수 없는 다소 비현실적 공약이다. 실현은 여러 첨단기술, AI, 막대한 자본, 거대 시장, 정부 규제 개선이 모두 결합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아직 미완의 FSD와 로켓 재사용 기술을 확보한 머스크가 이미 포화되기 시작한 전기차 시장 저 너머의 모빌리티와 우주항공으로 진군하려면 정부 교통 및 통신 당국의 규제해소와 시험 운행허가뿐 아니라 국방성과 우주항공청의 대형 신사업 확보를 통한 도약이 꼭 필요하다.
체감하기 어려운 기후변화나 공상과학 수준의 첨단기술 따위엔 관심조차 없던 트럼프의 당선이 역설적으로 차세대 교통, 통신, 우주항공, AI의 첨단기술 분야 다음 단계 도약의 큰 기회로 다가오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금은 미중 패권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여러 대륙이 영토 전쟁을 겪고 있으며, 트럼프의 관심사는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즉각적 패권 경쟁력 강화'이기 때문이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기억하라. IT가 '가상공간'을 개척했고,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부동산'의 기존 개념을 영원히 해체할 것이며, 미래 영토인 우주 공간의 개척도 첨단기술 경쟁력에 달렸다는 오래된 기억들의 귀환이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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