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료방송시장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내놓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점유율 규제 완화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체감도가 낮은 규제 개선에 힘쓰기보다 실질적으로 사업자 경쟁력을 제약하는 규제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방송·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PP에 대한 매출액 점유율 규제 폐지 내용이 담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1위 사업자인 CJ ENM의 매출 점유율은 24.1%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방송법은 특정 PP 매출액이 전체 PP 총 매출액의 일정 비율(49%)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 다만 PP가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데 있어 점유율 규제 제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전체 PP 매출은 약 3조6000억원이며 CJ ENM이 점유율 24.1%로 1위 사업자다. 타사가 모두 성장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 가정하고 CJ ENM이 매년 5% 성장해도 CJ ENM의 매출 점유율은 2046년 49%를 초과하게 된다. 타사 성장 동결 가정 하에 매년 10% 성장해도 2035년에 49%를 넘어설 수 있다. 최소한 10년 내에 특정 PP가 스스로의 성장을 통해 시장점유율 49%를 초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점유율 49% 초과 가능성도 극히 낮다. 만약 CJ ENM 점유율이 49%를 초과하려면 종편PP 4사 모두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나, 이들은 정부 승인을 통해 허가받은 사업자이기 때문에 M&A 가능성이 낮다. 방통위 승인심사 없이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일반PP를 인수하려면 상위 38개의 일반PP를 모두 인수해야 49% 초과가 가능해진다.
규제 완화로 유료방송 시장에 투자를 촉진하고 방송미디어 사업자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과기정통부 주장과 달리 규제 완화 효과로 인수합병 또는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겠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까닭이다.
실제 정부가 2022년 8월에 PP 점유율 규제를 33%에서 49%로 완화해준 바 있지만, 시장에서 의미있는 인수합병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P가 인수합병 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울 니즈가 없는 것은 점유율 규제 외 사업자 발목을 잡고 있는 방송의 엄격한 규제가 계속되기 때문”이라며 “방송사업자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