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배터리 전구체 기술 육성과 보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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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

전기차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양극재다. 배터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산업 구조를 고찰해보면 원료, 가격, 기술의 모든 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크게는 금속 원료 제조, 중간재인 전구체, 완제품인 양극재 생산 등 세 개의 산업기술 단위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구체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전구체 원료가 되는 금속 원료는 원광석 채굴, 정제,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얻어진다. 문제는 원광의 편재성으로 몇 개 국가에서만 경제성 있는 금속 원료가 얻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채굴 가능한 주요 원광은 중국에서 거의 확보한 상태다. 때문에 수명이 다 된 전기차에서 재활용하는 기술이 향후 대안이 될 것이며, 이에 대응해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고순도 금속 원료는 전구체 제조에 사용되는데, 현재 가장 일반화된 원료는 전이금속 수산화물의 형태이며 양극재 가격의 약 70%를 차지한다. 전기차용 양극재 제조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원자 단위로 공침(co-precipitation) 시키는 공정 기술이 주로 사용된다. 공침 단계에서 니켈의 함량 조절, 입도 및 형상, 결정성 제어 등 기술이 양극 성능을 결정한다. 현재 전구체의 주요 생산국은 중국으로 우리나라는 전구체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원광까지 확보한 중국은 원료 금속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고, 양극 성능 발현에 필요한 기술 요소 파악이 매우 용이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수입된 전구체를 고온에서 굽는 소성 및 후처리 공정을 통해 양극재를 생산하는데, 금속 원료가 상승분을 포함해 전구체를 수입하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10여년동안 우리나라는 금속원료 수급의 어려움, 환경 오염, 값싼 인건비, 관세 유예 등을 이유로 중국산 전구체를 지속 수입했고, 이에 따라 관련 개발과 연구도 매우 부진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공침 기술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구조 특수성으로 자국 내 전구체 생산시 가격 경쟁력이 확보될 뿐, 동등한 조건으로 외국에서 생산한다면 시장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공침 전구체 이슈를 본격적으로 끌어낸 법안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절묘하게 양극재 원료 생산국가나 기업 등에 대한 제한조건을 부여해 해외 시장에서의 공정한 가격 경쟁을 유도했다. 이에 따라 공침 공장들은 중국과 합자회사 형태로 우리나라에 설립되고 있으며, 국제적 경쟁력을 갖는 공침 양산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의 시급한 화두인 저가화 및 고안전화를 위한 핵심 기술인 미드니켈 고전압 및 고열방출 하이니켈 양극재는 공침 공정 단계에서 성능 조절이 주로 이뤄진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육성과 지원이 매우 필요하며 개발된 기술은 국가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국가핵심기술위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강력히 주장해 국가핵심기술에 '전구체 포함'이라는 부분을 명시한 이유다. 특히 우려스러운 건 중국과 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합자 회사를 세우는 경우다. 이 경우 개발 기술의 내용 파악과 관리 감독이 매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금속 원광 확보가 미흡한 현실에서 향후 개발될 공침 관련 신기술이 해외에 유출된다면, 한국의 공침 전구체나 양극재 산업구조가 취약해지고 종국엔 배터리 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늦었지만 애써 찾아야 하고 얻은 답을 더 이상 알려주는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 yoonshun@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