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이재용號 2년…삼성 핵심사업·조직 재정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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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주요 발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안팎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반도체·모바일·가전의 삼각편대 사업 구조로 성장해 왔다. 지난 해부터 반도체 실적 악화로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모바일과 가전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 회장이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투자로 미래동력을 확보하는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결단과 빠른 실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본원적 경쟁력 재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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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통신, 영상, 가전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반도체·통신 사업은 AI가 촉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6G 기술 확보, 영상·가전은 B2C를 넘어 전략적 B2B 영역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는 이미 경쟁사에 뒤처진 HBM 최신기술 확보와 파운드리 선단공정 기술 보강이 최우선 과제로 손꼽힌다.

관련 업계는 인공지능(AI)이 촉발한 HBM 시장 수요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기술력으로 경쟁사가 삼성전자를 앞선 만큼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장도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반도체 신입 박사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연구소가 반도체 사업 미래를 책임지는 조직인 만큼 기술 간극을 좁히고 다시 선두로 올라서기 위한 대대적인 인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사로 인력 이동을 줄이고, 실적 하락으로 침체된 조직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특단의 인력 대책이 불가피하다.

차세대 먹거리이자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6G 통신 기술 선제 확보도 요구된다. 영상·가전 사업에서는 B2C를 넘어 기업간거래(B2B) 사업 역량 확대가 절실하다.

스마트싱스 플랫폼 기반으로 AI를 전체 디바이스에 이식하는 것을 넘어 AI 서비스를 B2B로 확장하는 것도 가전·영상 사업에 새로운 숙제다. 올해 스마트싱스 기반의 전문 B2B 서비스 모델을 다수 선보였다. 다수 고객사를 확보하고 새로운 사용 시나리오를 안착시켜 가시 성과로 연결시키는 게 앞으로의 숙제다.

◇잃어버린 '민심'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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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올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배경에 대해 '회사가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대표 교섭권 지위를 다시 확보한 제1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는 3만6000여명 노조원이 속했다. 전체 삼성전자 임직원 수가 12만7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조원 소속이 대부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고 반도체 실적이 악화하면서 노조 활동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핵심 경영진을 향한 구성원의 '민심'이 그만큼 악화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반도체 사업 위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과정을 되짚어보면 당시 핵심 경영진들이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정황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수십억원대 성과급을 챙기고 남은 직원들만 악화된 경영 환경을 감내해야 한다는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경영진의 지나친 '보신주의'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요 결정권자들이 능력있는 후배를 전략적으로 키워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지난 수년간 내부에 책임지는 문화가 사라지다보니 그저 임기 연장을 위해 오히려 능력있는 사람을 키우지 않고 자리를 지키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토로했다.

◇미래 성장동력 성과 구체화해야

삼성전자가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모바일·가전 이외에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이오와 전장, 신사업으로 첫 발을 내디디는 로봇과 헬스케어 등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바이오 사업의 경우 이 회장이 미래를 내다보고 전폭적으로 투자하면서 설립 126년의 전통강자 론자를 추격하는 '다크호스'로 확실히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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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회장이 5공장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은 1위 론자(10조5000억원대)에 못 미치는 3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대로 글로벌 4위다.

반도체 사업이 연간 20조원대, 모바일 사업이 10조원대,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원대 이익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늘려야 한다.

전장 분야는 이 회장이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는 신성장 시장이다. 이 회장은 2016년 하만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하만의 과제는 차량용 오디오 중심 매출을 넘어 자율주행 시장에 대응하는 선제 기술개발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전기차용 인포테인먼트 공급이 활발하지만 나아가 차량용 통신장비 등 전장 부품 전반으로 영역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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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3월 중국 톈진 소재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 공장을 점검했다.

로봇과 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일반 소비자 시장부터 각 전문 영역에 걸쳐 새로운 시장 진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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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삼성전자 부스에서 AI 컴패니언 '볼리'를 체험하고 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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