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트럼프 재선시 통상 공세, 철저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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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한국 2019년 전후 무역수지 비교.(자료=산업연구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공세적 통상 조치를 펼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트럼프 재선 시 통상정책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24일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과거 집권 1기 동안 벌어졌던 한미 간 통상현안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보편적 기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s)와 상호무역법(US Reciprocal Trade Act) 등을 활용해 대한국 무역적자가 큰 승용차, 컴퓨터 부분품 및 저장매체, 냉장고 등 품목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미국의 공세적인 통상 조치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산업연은 밝혔다.

지난 2018년 1월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 및 태양광 셀·모듈 등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업계와 관계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약 4년 후인 2022년 2월에 동 조치에 대한 WTO 협정 합치 여부를 다툰 분쟁에서 실체적 쟁점 5개 중 5개, 절차적 쟁점 3개 중 1개에 대해 한국이 승소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같은해 3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동맹국과 신뢰 회복과 협력 강화 차원에서 EU와 일본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를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으로 완화하고 영국과도 개정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개정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미국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미국 상호무역법(USRTA)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 법안이 도입되면 미국이 부과하는 수입 관세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이 협상을 요청할 수 있으며, 상대국이 협상을 통한 수입 관세율 인하를 거부하는 경우 미국 대통령은 이에 상응해 미국의 수입 관세율을 인상할 권한을 가진다.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주요 다국적 기업의 생산 기지가 중국으로부터 인도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재편되면서 인도와 태국, 특히 베트남의 대미국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 당국이 해당 국가들에 대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는 해당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대미국 수출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의 대미국 수출 상품이 중국산 원료 및 중간재를 사용한다면 관세부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의 경우 전자와 통신 부문을 중심으로 한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의 수출 가운데 대미국 수출이 약 21%로 가장 많다. 우리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은 약 25%로 이들 대부분이 원료 및 중간재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게 산업연의 관측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중국산 원료 및 중간재가 미국의 대중국 무역 통제 조치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증가율은 연평균 27.5%에 달한다. 무역적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미국 측의 대한국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박도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또한 2019년 한미 FTA 개정 협상 이후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한미 FTA 재개정, 또는 무역수지 개선과 연결된 다른 요구사항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연 관계자는 “품목 단위에서 2019년 한미 FTA 개정을 전후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증가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압박 조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승용차를 중심으로 컴퓨터 부분품 및 저장매체,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에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FTA를 전후해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해당 품목들에 대한 미국 측의 무역수지 개선 압력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