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 해양 감시·예측 데이터와 기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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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올여름 지구촌은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았다. 모두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후변화를 절실히 체감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기후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러한 기후위기 징후들은 지구 기후변화 조절자인 바다를 더 면밀하게 파악하고 예측해야 하는 실질적 근거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네스코 산하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가 공동 지원하는 지구기후감시체계(GCOS)는 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대기·육상·해양을 통틀어 총 55개 핵심 기후변수에 대한 감시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해양 기후변수는 19개에 달한다.

기후변화를 설명하는 지구기후변화 핵심 지시자 7종 가운데 5종(해·지면 온도, 해양열, 해양산성화, 해수면, 해빙면적)은 바다에 관한 것이다. 지구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진단하기 위해서, 지구의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기 위해서는 바다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해양기후변화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것은 건강검진과 같다. 정기적인 검사로 신체상태를 진단하고 대응해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처럼, 해양환경과 생태계 변화를 관측하고 그 자료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고 시의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도 지난해 말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2024년 10월 25일 시행 예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를 계기로 신뢰성과 대표성을 갖춘 해양기후변화 감시예측 정보 생산에 투입할 2025년도 예산 27억7000만원을 신규 반영했다.

해수부는 이 예산을 활용해 해양기후변화 감시예측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한반도 해역의 수온, 염분, 해수면 등 10여개 해양기후 주요 요소에 대한 전월 분석정보와 향후 3개월간 예측정보를 매월 제공할 계획이다. 독자적 예측 모형 및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차세대 해양기후예측시스템 개발'도 추진한다. 유관기관별로 생산한 해양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통합 정제해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을 낮춘다는 목표다.

개선된 정보와 시나리오, 개발 시스템은 정부, 지자체 기후변화 정책 수립뿐만 아니라 학계, 민간기업 등의 각종 연구 및 사업에서 과학적 판단의 근거자료로 매우 유용할 것이라 예상한다.

반면에 국제대양감시 프로그램 '아르고(Argo)'에 우리나라 기여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아르고는 WMO와 IOC가 공동 추진하는 지구 해양관측 사업이다. 세계 40여개국에서 4000여기의 무인로봇장비를 동원해 해양 환경과 상태를 관측하고 해양기후변화에 관한 정량적 자료를 획득한다.

다양한 센서를 탑재한 무인로봇의 관측 자료는 해양에 축적되는 열량과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산정하고 해양산성화 및 저산소화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다. 기후변화 예측시스템 핵심 도구인 지구시스템모형에서 과거 변동 재현성과 예측성 판단에도 필수 정보를 제공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참여해 첨단 센서를 탑재한 복합 첨단관측로봇 100기 이상을 한반도 주변 해역은 물론 북서태평양, 인도양, 남빙양 등에서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해양 환경과 생태계 변화를 폭넓게 감시하고 수집 정보를 공유하며 국제사회에서 국격에 맞는 기여를 해야 할 시기다.

정부 차원에서 국제 공조 해양감시네트워크 구축과 첨단 예측시스템 개발 활용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수립·추진하려면 적극적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의 바다가 우리 지구의 기후 조절자로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hslee@kio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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