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5세대(5G) 이동통신보다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가 더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요금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5G·LTE 구분을 없앤 통합요금제 출시 논의도 재점화됐다. 정부도 이용자 선택권과 실질적 혜택에 초점을 맞춰 이통사와 협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 3사와 5G·LTE 요금 역전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 논의에 나선다.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적합한 정책 방향을 고민 중”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온 만큼 빠른 시일내 사업자들과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1300만이 이용하는 LTE 요금제가 5G 요금제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3만9000원짜리 5G 요금제는 6GB를 제공하는데 반해 5만원짜리 LTE 요금제는 데이터 4GB를 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이통 3사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김영섭 KT 대표는 “(요금)역전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요금제 개편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통합요금제 도입 논의도 재점화됐다. 통합요금제는 5G·LTE 구분없이 데이터 용량, 전송속도에 따라 소비자가 요금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세대별 기술방식과 무관하게 사용할 데이터 총용량만 고르면 되는 데이터 기반 상품인 만큼 요금 역전 논란에서 자유롭다.
해외에서는 미국 버라이즌, AT&T와 영국 O2, 호주 텔레스트라 등이 통합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일본 KDDI도 온라인 요금제를 통합요금제로 출시했다.
과기정통부도 올해부터 5G와 LTE의 교차 가입을 허용했다. 5G 단말에서도 LTE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5G와 LTE 요금 중에 본인 사용량에 최적화된 상품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합요금제로 가는 중간단계로 보고 있다.
다만 교차 가입만으로도 요금 차별 논란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5G 경우 중저가 요금제가 다수 출시되며 데이터 구간이 세분화된 상태다. LTE 역시 데이터 제공량은 적지만 제한속도(QoS)가 5G 대비 유리한 경우도 있다. 오히려 통합요금제 구현을 위해 LTE망을 지속 유지할 경우 5G 투자를 제한하고 차세대 통신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정부도 요금 체계를 잘 몰라 더 많은 요금을 내고도 더 적은 데이터를 쓰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고 정보 비대칭성 해소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와 LTE 모두 저마다 장점이 있고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상태”라며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정보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 이른 시일 내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