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ESG공시) 최종안 도출을 앞두고 상장기업의 반발이 거세다. 최종안 도출 이전부터 사업보고서에 ESG 관련 사안을 기재하도록 강제하는 법안까지 줄지어 발의되면서 공시 대상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장기업들은 공시에 필요한 환경정보 인증 체계부터 하루 빨리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7일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사업보고서 내에 환경정보 공시를 포함하고 90일 이내 지속가능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금융당국이 당초 예고한 국내 공시기준 최종안 도출 시점이 다가오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ESG공시에 대한 의무화 입법이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상장기업의 가장 큰 우려는 아직 공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물론 공시에 담을 각종 환경정보조차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업보고서 공시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제3자 검증에 대한 기준이 AA1000AS(영국의 비영리기관의 기준), ISAE3000(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의 기준), SRV1000(KMR한국경영인증원의 기준) 등 제각각으로 단일한 검증 기준이 없는 것은 물론 그나마 공신력 있는 환경부 인증 수치조차도 사업보고서 작성 이후에나 도출되는 실정이다.
이런 실무적 어려움은 최종안 도출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회계기준원이 최종안 도출을 위해 수렴한 공시기준 공개초안 의견조회 결과에 따르면 기준원에 의견을 제출한 100여개 기업은 관련 정보에 대한 보고가 회계연도 다음해 6~8월에나 현실적으로 가능하는 입장을 밝혔다. 공시 의무와 공시 방식 등에 대해서는 기업과 투자자, 기타 이해관계자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놨지만 향후 로드맵에 관해서는 일제히 '가능한 조속히' 결론을 내야한다고 입장을 같이 했다.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ESG공시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투자자는 물론 기업 역시도 긍정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예상할 수 있는 로드맵이 도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아직 국내 인증 체계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공시 기준에 대한 도입을 앞서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국회의 섣부른 ESG 공시 의무화를 우려했다.
향후 최종 로드맵 도출 역시 국내 인증 체계 정비 일정에 맞춰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사업보고서에 ESG 관련 정보가 포함되어야 하는 만큼 공시 전반의 품질과 신뢰성을 강화해야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차원에서도 이른바 그린워싱을 피하기 위한 합리적인 인증 기준 필요성을 요구할 정도로 환경정보 관련 인증 체계는 사실상 정비되지 않은 단계다.
상장기업 관계자는 “ESG 정보 인증은 재무제표 외부 감사와 동일한 수준의 엄격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만큼 검증 기관의 불성실 검증시 이에 따른 책임 부과 제도도 선행적으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