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의 무지(無智) 무득(無得)]호찰이언(好察邇言)

Photo Image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제갈량(諸葛亮)은 훌륭한 신하이자 재상 중 한 사람이다. 촉(蜀)의 장수인 마속(馬謖)은 전투에서 제갈량 지시를 어김으로써 대패했다. 이에, 제갈량은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군율(軍律)을 지키는 것이다”면서 부자지간처럼 지내던 마속을 울면서 참수했다.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유래다. 많은 분들이 그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비단 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 인민(人民)대학의 렁청진(冷成金) 교수 저서인 변경(辨經)에서는 제갈량을 달리 평가한다. 그의 마지막 전투에서 대적했던 사마의(司馬懿)는 “제갈량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남을 믿지 못하고 지나치게 세심해서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관장하는 데, 이런 태도는 윗사람이 가져야 할 자질이 아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제갈량은 “그가 내 처지를 다 알아버렸다”며 탄식을 했다고 한다. 변경에서는 60여명의 중국 위인들의 인재식별과 인재관리기술 사례를 소개하는데, 제갈량은 매우 드물게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소개된다.

한편, 중국 고전 중 하나인 조유(趙?)의 장단경(長短經)은 '이상적(理想的)'인 군주에게 요구되는 도리를 설명하는데,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고 신뢰하며,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학문을 장려하고 문화를 발전시키고, 절제하고 겸손하며, 이를 위해 '덕(德)'을 쌓고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고 한다. 아마도 사마의는 제갈량의 첫 번째 항목에 대한 부족함을 지적했으리라. 한편 이상적인 신하에게 요구되는 도리는, 충성을 다하고, 능력을 다하여 나라에 봉사하며, 정직하고 청렴하며, 학문을 닦고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하며, 끝으로는 군주의 잘못을 간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이상적인 이야기다. 도대체, 저 하늘 아래 이 땅 위에 이러한 덕을 갖춘 군주나 신하가 있을까? 이러한 '현실'이 독재(獨裁)가 성공할 수 없는 바로 그 이유이며,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정치인들이 '모든 권리와 지식 그리고 지혜가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알고 오로지 국민만을 보고 국민을 따라야만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김으로써 '덕을 쌓음'과 '덕을 베품'을 진실되게 수행함에 있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지혜를 배움으로써 자신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덕'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자사(子思)가 지은 중용(中庸)의 6장에 '순 기대지야여, 순 호문이호찰이언(舜 其大知也與, 舜 好問而好察邇言)'이라는 말이 있다. '순 임금은 지혜가 매우 높은데, 그 이유는 그는 질문하기를 좋아하고, 일상적인 말조차도 곰곰히 살펴서 자신의 지혜를 키우고 나아가 덕을 쌓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순 임금이 호찰이언(好察邇言)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준다. '은오이양선 집기양단, 용기중어민 기사이위순호(隱惡而揚善, 執其兩端, 用其中於民 其斯以爲舜乎)' 즉, '그는 그가 들은 말들 중에서 나쁜 내용은 세상에 숨기고 좋은 내용은 세상에 널리 떨치는데, 이렇게 함에 있어 나쁨과 좋음이라는 두 가지의 양 끝단을 잡은 후 그 양 끝단의 가운데(中)를 백성들에게 베푼다(庸). 이것이 그가 '순 임금'이라는 위인이 된 이유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10장에 '생지(生之) 덕지(德之)'라는 말이 있다. '생(生)'이란 바로 도(道)라는 우주적 원리를 말하는데, 이는 바로 천지 만물을 끊임없이 생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덕'에 대해 왕필(王弼)은 '덕자(德者), 득야(得也)', 즉 '덕이라는 것은 자신의 삶을 도에 따라서 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 함으로써 비로소 얼마만큼씩 얻어지는(得)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얻어진 만큼'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분수(分受)라는 것이다. 한 사람의 언행을 보면 그가 가진 덕의 크기가 보인다. 그 크기가 바로 분수이며, 분수에 맞추어 살라는 말이 이것이다.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klee@dongguk.edu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