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상황에서 순간 의사 결정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뇌 회로 원리가 규명돼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정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특정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새로운 대뇌 피질과 시상 사이 신경 회로 및 세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극한상황에서 여러 자극으로 촉발되는 무수한 결정의 순간을 동시에 맞게 된다. 이 순간 빠르게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생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짧은 시간 내 주변 자극 및 상황을 통합적으로 판단하고, 동시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이득을 극대화하는 복합적인 의사 결정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한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학습된 하나의 행동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에 집중돼 있어 둘 이상 행동 사이에서 갈등, 특히 본능적 행동을 선택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연구팀은 여러 선택지가 동시에 주어졌을 때 빠른 시간 내 특정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전대상피질-시상핵' 회로가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광섬유 이미징, 초소형 뇌 심부 광 이미징, 광유전학 등 다양한 최신 신경 연구 기법들을 활용해 의사 결정 관련 신경 코딩법을 새롭게 발굴하고, 이를 통해 전대상피질-시상핵 회로를 조절하면 행동 선택 편향 정도 및 방향이 바뀔 수 있음을 알아냈다.
또 전사체 분석을 통해 억제성 신경 세포인 '뉴로텐신' 신경 세포를 전대상 피질에서 발견, 이 신경 세포가 전대상피질-시상핵 회로 의사 결정 정보 출력을 조절해 행동 편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충돌하는 결정의 순간들에서 빠르게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 의사 결정 과정에 전대상피질-시상 회로가 관여함을 최초로 밝힌 연구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강박-충동 장애 등 뇌 질환에서 자주 관찰되는 비적응적 행동 편향 증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김정진 박사는 “극한상황에서 인간이 적절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의사 결정을 보조해 줄 수 있는 뇌 제어 기술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지난달 5일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