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발 연구 실용화와 창업 활성화를 위해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펀드 결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한림대 기술지주회사는 설립 이래 첫 모태펀드를 결성했다. 대학 창업 제1호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펀드 출범이다. 한림대는 펀드를 통해 강원도 지역 등 대학 기반 창업 활성화와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림대 펀드 규모는 24억7000만원으로 대학 산하 의료원 창업기업과 대학창업기업에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 한림대 기술지주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모태펀드를 시도해 성과를 거뒀다. 작년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운영사를 교체해 운용 역량을 높였다. 지난해 결성한 1호 펀드가 대학 관계자 위주로 결성한 민간 출자자 위주의 내부 펀드라면, 이번 모태펀드는 정부 공적 기관의 자금이 중심이 됐다.
한림대 기술지주회사 관계자는 “투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산업적 영향력이 있는 공동 운용사가 중요해 공동 운용사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엑셀러레이팅(Accelerating) 배치 프로그램 운영 실적을 쌓고, 투자 집중 산업에 대한 분석, 차별화된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기술지주도 최근 '부산대 딥테크 대학창업 제5호 개인투자조합(펀드)'를 결성했다. 부산대는 이번 펀드 결성으로 총 6개, 규모 222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게 됐다. 이번 펀드는 딥테크 분야의 대학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성근 부산대 기술지주 기획조정실장은 “2018년 엑셀러레이팅 건물을 오로지 부산대 자금으로 설립해 하드웨어를 구축했고, 10년 이상 된 팀장급 인력을 통한 노하우 축적 등으로 펀드를 확장해 올 수 있었다”면서 “지역거점대 역할을 하는 부산대는 대학발 창업이라는 정체성을 위해 주로 교육부 창업 펀드를 운용한다”고 말했다.
사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펀드 운용이 본 역할은 아니다. 대학의 연구 성과를 기술이전하고, 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을 지원·육성한다. 그런데도 대학이 펀드를 결성하는 것은 대학발 창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와 육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성근 실장은 “자회사를 키우다 보면 자금이 중요하지만 대학 연구는 바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매출이 많지 않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술지주회사가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 펀드로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기술지주회사에 투자하는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림대 기술지주회사 관계자는 “대표적인 학생 창업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처럼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아이템과 창업자는 20대에서 많이 나온다”며 “현재 모태펀드는 한 펀드당 15~20억원 규모로 출자가 이뤄지는데 정부 예산이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결국 대학 재투자로 이어진다. 기술지주회사가 펀드 등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다. 한림대 기술지주회사 관계자는 “펀드를 잘 운용해 성과가 발생하면 그 자금을 배당이나 기부 형식으로 대학에 환원해 대학의 재정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도 “공공의 연구성과물이 사업화되고 시장에 나가 활성화된 수익이 학교로 들어와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부산대 기술지주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성과가 돌아오면 작게는 부산대, 크게는 부산·울산·경남 전체 대학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