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리업계, '외부검증 시간' 상향 검토…소형보험사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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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계리업계가 보험사에 적용되는 책임준비금 외부검증 시간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검증에 투입되는 실제 시간 대비 가이드라인에 규정된 최소 시간이 적어,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연 수천시간씩 외부 검증을 맡기며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보험사들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보험계리사회 계리법인위원회 정례회의에선 표준 검증시간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대부분 계리법인은 가이드라인서 정한 최소 검증시간이 실검증 시간보다 매우 적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함께 외부검증 품질 제고를 위해 표준검증시간을 마련했다. 검증 항목과 회사별 자산 규모에 따라 검증에 투입해야 하는 최소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이드라인 제정 당시 금융감독원과 계리업계는 소형보험사의 경우 검증해야 하는 계약의 양이 대형사 대비 적은만큼, 시간도 적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소형사일수록 구축된 인프라와 인력이 적어 오히려 업무가 길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자산 1조미만 소형보험사에 적용되는 최소 검증시간은 2400시간이지만, 실제 들인 시간은 2800시간까지 길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에 일부 보험계리법인들은 최대 30~40%까지 검증시간 기준을 상향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보험계리업무 수행에 적정 시간을 확보해야, 보험사가 평가한 부채에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조치가 소형 보험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보험사는 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으로 수많은 외부검증을 맡기고 있다. 고급인력인 보험계리사를 수천시간 이상 투입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수억원 비용 지출은 우스울 정도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일각에선 계리업계가 보험사 외부검증을 새 먹거리로 보고, 몸값을 올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검증비용이 만만치 않고 부담되는데, 계리법인은 이때다 싶어서 단가 자체를 높이고 있다”며 “제도가 도입된지 얼마 안된 상황에 단가도 높이고 시간도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계리업계 내부에서도 벌써부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첫 회계년도 결산 검증만으로 시간 조정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