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들로부터 부실채권 2차 수시상각을 접수한다. 치솟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로 건전성지표 관리 필요성이 확대되자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다음달 12일까지 부실채권 수시상각을 신청받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저축은행들에게 전달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4월에도 동일한 내용을 골자로 저축은행 수시상각을 유도한 바 있다.
신청 대상 채권은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실채권과 책임심의 절차가 완료된 채권이다. 부실채권은 부실 가능성 정도에 따라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된다. 금감원과 중앙회는 월·분기말 건전성 평가 결과뿐 아니라 신청기한까지 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에 대해 수시상각할 것을 독려했다.
수시상각은 보유한 채권에 손실이 예상될때 금융사가 대손으로 반영하고 채권을 상각하는 절차다. 금융기관 채권 대손인정 업무 시행세칙 제6조에선 금융사가 해외지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채권과 즉시 상각이 불가피한 채권에 대해 대손인정 신청을 수시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문에서 금감원과 중앙회는 경기회복 둔화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저축은행 경영안정성에 대한 대외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각을 통한 부실채권 감축으로 연체율과 건전성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79개사 연체율은 8.3%로 1분기(8.8%)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2021년말 2.1% △2022년 말 3.4% △2023년 말 6.6% 등 과거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6월부터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주도로 부동산PF 채권에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 악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5월 금감원은 PF 사업성 재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부실 PF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올 1분기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2%로 작년말(7.73%)보다 악화됐다. 여기에 사업성 재평가로 부실우려 등으로 재분류된 PF채권이 추가되면, 업권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
금감원은 수시상각이 승인된 채권에 대해 즉시 상각할 것을 강조했다. 또 수시상각 신청 대상 채권도 부책심사 등 필요절차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금감원에서 관리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이라며 “선제적인 관리를 위해 지난 4월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수시상각을 신청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