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차곡차곡 쌓이는 플랫폼 규제…산업계 노심초사

정부·정치권, 여론 동력 삼아
플랫폼 규제 입법 시도 움직임
업계 “본질은 재무관리 부실
독점지배 규율과 상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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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티몬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렸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정부와 정치권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업계는 중소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부실인 티메프 문제를 독점 지배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한 온플법과 연결짓는 것은 취지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별도의 규제 법안은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어, 기존 법안을 수정하는 '핀셋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22대 국회 들어 민주당의 8번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다. 민주당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당 차원에서 온플법안도 준비 중이다. 특히 배달의민족 중개수수료 인상, 티메프 사태를 기점으로 온플법안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마저 한동훈 대표 취임 이후로 민생과제 중 하나로 온플법 입법을 추진중이다. 티메프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독자 온플법을 입법하겠다는 취지다.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등 기존 관련 법과 충돌 가능성을 언급해 온 기존 입장과는 배치되는 의견이 나오면서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대체로 티메프 사태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동력 삼아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에 대 업계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정산 주기 단축은) 받아주더라도 온플법만은 안 된다는 공감대는 확실하다”면서 “몇 년째 온플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티메프 사태 해결책으로 온플법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티메프 사태의 원인도 경영진의 무리한 확장과 잘못된 재무관리 때문인데,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하기 위한 온플법이 뜬금없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온플법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업자를 사전에 정해서 보겠다는 것인데 사고를 일으킨 티메프는 정작 중소 플랫폼”이라면서 “티메프 사태의 본질은 그들의 재무 건전성과 C레벨들의 일탈인데 온플법이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전문가 산업을 전방위로 규제할 수 있는 입법보다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이미 입법된 법안의 조항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전자상거래가 성장하는 상황에서 또 별도 법을 만들어 산업을 규제하거나 제동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유통산업발전법 등에서 일부 조항을 변경하는 등 '마이너'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메프 사태 재발 예방책으로 논의되는 정산 주기 단축 조항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해외 플랫폼은 정산주기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을 고려해 '규제의 형평성'도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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