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풀MVNO(자체 설비 보유 알뜰폰) 육성을 위한 당근책으로 대역폭 과금제 형태의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대역폭 과금제는 통신사(MNO)로부터 일정용량의 회선을 정액제로 빌리는 방식이다. 더 많은 트래픽을 확보할수록 이익이 높아지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갖춘 풀MVNO 등장을 촉진할 핵심 대책으로 꼽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오는 23일 이같은 내용의 풀MVNO 육성을 위한 규제개선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에는 추진단 전문위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세종텔레콤, 스테이지파이브 등이 참석한다. 풀MVNO는 단순재판매 방식의 알뜰폰과 달리 교환망, 가입자확인모듈(HLR), 과금시스템 등 자체 전산설비를 갖춘 사업자다.
회의에서는 대역폭 과금방식 도입이 핵심 안건으로 다뤄진다. 대역폭 과금제는 상호접속을 기반으로 이동통신사(MNO)와 MVNO간 접속용량에 따라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종량제는 데이터 기준 메가바이트(MB)당 도매대가를 책정하고, 수익배분은 재판매하는 요금제 수익을 이통사와 나눠 갖는다. 대역폭 과금제는 전송용량 기준으로 가격을 정한다. 이통사와 알뜰폰간 데이터 교환 설비를 연결하는 구조로 트래픽이 많을수록 데이터당 단가가 낮아져 유리하다.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8차선 도로를 월정액으로 통째로 빌리는 것이다. 차량이 한대만 지나면 손해지만 8대가 지나면 그만큼 수익은 늘어난다. 절대값이 정해져있는 만큼 알뜰폰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적으면 손해를 보고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할수록 유리한 구조다. 필요에 따라 8차선 도로를 빌릴 수도 4차선 도로를 빌릴 수도 있다. 알뜰폰은 빌린 회선 내에서 자유로운 요금제 설계와 독자적 상품 구성이 가능하다.
규제혁신추진단 관계자는 “풀MVNO 사업자 탄생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며 “해외사례를 살피고 규제개선을 위한 전문가와 사업자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역폭 과금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관련 고시 제정이 필요하다. 내년 2분기부터 도매대가 산정방식이 사업자간 개별협상으로 전환되면서 정부는 사후규제 역할만 할 수 있다. 결국 망을 제공하는 이통사 협조가 있어야 한다. 이통사 입장에선 풀MVNO 등장이 달갑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대가 산정에 대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양한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라며 “규제혁신추진단에서 수렴한 의견들을 전달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