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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스뮤직

‘스푸마토(sfumato).’

‘연기와 같은’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의 형용사로 주로 회화에서 물체의 윤곽선을 자연스럽게 번지듯 그리는 명암법을 뜻한다. 그리고 크로스오버 중창단 라포엠의 멤버 유채훈의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이기도 하다.


유채훈의 이 ‘스푸마토’를 듣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이름 잘 지었다’였다. 크로스오버나 테너에 국한되지 않고 발라드, 팝, 록 등 다양한 장르를 그 안에 차곡차곡 담아 두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 그 자체’에 집중했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앨범이었다.


이에 유채훈 역시 이번 ‘스푸마토’를 두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로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채훈은 인터뷰의 시작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보컬을 다양하게 보여주려 했다”라고 강조했다.

유채훈은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곡을 다르게 불러 수록했다. 스푸마토가 선을 모호하게 해서 연결하는 기법이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어울린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물론 나만의 색은 계속 찾아가야 한다. 아직 클래식 앨범도 안 나왔고, 제대로 크로스오버 앨범도 아직 내지 않은 것 같다”라고 이번 앨범을 자평했다.

‘스푸마토’의 타이틀곡에 ‘여름시’가 선정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채훈은 “사실 나는 ‘여름시’에 꽂혀서 이 곡을 타이틀로 생각했는데 ‘Dream’도 타이틀곡 후보였다.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반반이었다. 그런데 ‘여름시’를 선택한 이유는 ‘Dream’은 ‘유채훈이 잘 부르는 스타일의 곡’이라고 예상 가능했기 때문이다. 만면 ‘여름시’는 유니크했다. 쉽고 아기자기하고, 내가 불렀을 때 의외라고 받아들일 거로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새롭고 유니크한 곡에 도전한 만큼, ‘여름시’를 녹음하는 데에 어려움도 뒤따랐다. 유채훈은 “사실 ‘여름시’를 녹음할 때 작곡가가 생각하는 방향과 내가 원하는 방향이 달라서, 두세 번 새로 녹음하기도 하고, 시간도 몇 주가 걸렸다. 작곡가는 조금 더 가볍고, 예쁘고 대중적인 느낌을 원했고, 나는 지금 같은 스타일을 원했다. 예를 들어 고백을 한다고 치면 나는 솔직하게 ‘너 좋아한다’라고 말하고 끝나는 스타일인데, 작곡가는 상냥하게 좋아하는 이유를 전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이건 내가 아니다’라고 싸우다가 오래 걸렸다. 나는 원래 ‘사랑한다’라는 말도 잘 못한다. 노래의 톤이나 창법에서 그런 느낌이 중요해서 너무 어려웠다”라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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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시’외에도 ‘스푸마토’ 앨범에는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곡이 수록돼 있다. 바로 ‘찔레꽃’이 그 주인공이다.

예전부터 장사익을 존경해 왔다고 밝힌 유채훈은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그의 대표곡인 ‘찔레꽃’을 재해석했고, 이를 ‘스푸마토’ 앨범을 통해 세상에 공개했다.

유채훈은 “장사익 선생님은 앨범 전집을 가지고 있다. 워낙 좋아했고 존경했다. 회사에서 ‘찔레꽃’ 작업을 해보자고 해서 선생님에게 연락드렸는데, 나를 알고 계시더라. 전화한 날 바로 ‘하세요.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라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내가 아직 신인인데, 대선배가 허락해 줘서 그렇다”라고 장사익에 대한 깊은 존경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다만, 유채훈이 재해석한 ‘찔레꽃’은 완성된 이후에도 세상에 공개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묵혀둬야 했다.

유채훈은 “어떤 앨범에 수록할지 고민하는데, 이 곡이 색채가 너무 뚜렷했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1년이 흘러버렸다. 몇 달 전에 방송국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마주쳤는데, 허락을 하고 1년이 지났는데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더라. 이제 앨범에 수록이 됐는데, 선생님에게 ‘노래 잘한다’,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난 그냥 ‘수고했다’는 말이면 만족할 것 같다. 만약에 좋은 말씀을 안 해주면 그냥 혼나겠다”라며 웃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와 음악이 수록된 ‘스푸마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곡을 꼽으라고 한다면 ‘도시음’이다.

실제로 ‘도시음’은 신인 작곡가의 데뷔작으로, 이에 기존 유채훈의 음악은 물론 ‘스푸마토’ 앨범에서도 독특한 존재감을 뽐낸다.

유채훈은 “‘도시음’은 실용음악과 친구들이 처음 나에게 준 곡이다. 그 친구들과 녹음하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처음 녹음을 할 때 바이브레이션이 너무 올드하다고 지적하고, 발음이 너무 정확하다고 지적하고, 바로 직선적으로 이야기하더라. 그들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실제로 라포엠 멤버 중 박기훈은 이 ‘도시음’을 타이틀곡으로 하자고 추천하기도 했다. 빨리 공연장에서 불러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빨리 부르고 싶다’는 바람처럼 유채훈은 앨범이 발매된 그 주의 주말인 10일과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단독 콘서트 ‘Sfumato’를 개최했다.

해당 공연에 앞서 유채훈은 “이번엔 내 오리지널 곡들이 세트리스트의 대부분이다. 팬들이 더 좋아하고 뿌듯해할 것 같다. 앨범이 세 장이 나오니까 거의 내 곡으로 채울 수가 있더라. 앨범 듣고 오는 팬들에게 라이브를 들려줄 수 있으니 그런 포인트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내 공연에 처음 오는 분들도 좋아할 만한 포인트도 있다. 시원한 콘서트 보러 오시면 좋겠다”라고 공연 역시 이전과 또 달라졌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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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이 나오고 콘서트까지 개최했지만, 유채훈은 멈춰있을 생각이 전혀 없다. 당장 오는 24일에도 라포엠으로 ‘베스트 무비 OST 콘서트’의 무대에 오르며, 개인 콘텐츠와 라디오 방송 출연 등 최대한 많은 활동을 이어가고자 했다.

이에 유채훈은 “의도한 건 아닌데 앨범이 매번 여름에 나오고 있다. 그래서 휴가를 못 가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있는데 대신에 감사하다. 쉴 틈 없이 활동할 수 있어서 그렇다. 즐거워서 하고 있다. 내가 원래 쉬는 날에도 가만히 있는 성격은 아니다. 쉴 때도 계속 걸어 다니고 사진 찍고나 드라이브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라며 웃었다.

끝으로 그는 팬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유채훈은 “응원해 주는 글이 진짜 많다. 팬이 보내준 메시지를 다 읽어보는데, 그런 관심 덕분에 앨범을 낼 수 있다. 팬과 같이 앨범을 만들고 있다. 앨범도 팬에게 하고 싶은 말이고, 뮤직비디오도 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촬영한 것이다. 여름에 좋은 선물이 됐으면 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