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손해사정사 선임 권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보험사들에게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안을 전달했다. 개정안은 이달 보험사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이달부터 시행된 보험업법 개정안 후속 조치로 손해사정 업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손해사정 대상이 실제 손해액을 보상하는 상품과 제3보험 상품으로 확대된다. 기존에 소비자는 실손보험 상품에 대해서만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
보험계약자가 독립손해사정사 선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도 기존 3영업일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10영업일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보험계약자가 손해사정사 선임 의사를 알릴 때 작성하는 '표준 동의 기준'이 신설됐다. 보험사는 원칙적으로 이에 동의 해야 하며, 개정안에선 보험사가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화했다.
보험사의 손해사정사 관리 체계와 소비자 안내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험사는 독립손해사정사가 손해사정서 작성시 표준업무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보험금 청구에 손해사정이 필요한 경우 소비자에게 △보험 관련 법규에 따라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 △손해사정 비용 부담에 대한 사항 △보험회사의 동의 기준 등을 안내해야 한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손해사정에 대한 가입자 권리를 강화하고, 보험업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립손해사정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부터 손해사정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해 손해사정 업무를 맡기는 것이 골자다. 해당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게 된다.
다만 그간 독립손해사정사 이용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무료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숙지하지 못하거나, 실손보험 상품에만 해당돼 실효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손해사정이 보험사가 정한 회사에 의해 이뤄지다 보니 보험금을 덜 주기 위한 절차로 의심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정할 수 있고, 보험금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