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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6일 국무회의를 열어 야당이 강행 처리한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더욱 침해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재가할 것이 유력시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방송4법으로 불리는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상정, 심의 의결했다.

우선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EBS법 등 방송3법 개정안을 두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더욱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하고,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특정 단체가 이사 임명권에 관여해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으며 21대 국회에서 부결·폐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은 재의요구 당시 지적된 문제점들을 전혀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오히려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추가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더욱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야당 측 2인의 불출석만으로도 회의 개최가 불가능해져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통위의 기능이 마비될 소지가 크다”면서 “정부 행정권의 본질을 중대하게 침해해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방송 4법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재가하면 방송 4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4일이다.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이 유력시된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 각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하고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했다.

반면 민주당은 방송 4법을 '공영방송 정상화법'이라고 부르며 토론 종결권을 활용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고 표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30일까지 순차적으로 법안을 강행처리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불법파업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