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팔린 韓 대형 LCD 공장...전자업계 촉각

LGD 광저우팹, CSOT에 매각
BOE와 세계 점유율 과반 차지
가격인상땐 TV 제조사 흔들
삼성-LG, OLED 전환 속도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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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 대상자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CSOT를 선정하면서 향후 국내 전자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광저우 공장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마지막 남은 TV용 LCD 생산기지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LCD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 이듬해 중단했고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말 파주 공장(P7)에서 가동을 중단해 대형은 중국 광저우 공장만 남은 상황이었다.

광저우가 CSOT에 최종 매각되면 이제 국내 TV 업체들은 자체 생산은 전무한 상태에서 해외, 특히 중국 LCD를 수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해 만드는 LCD TV는 연간 5000만대 규모로, 여전히 LCD는 국내 가전 업계에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꼭 필요한 상황이다.

대만 AUO와 일본 샤프도 LCD를 만들어 공급망을 다변화할 순 있지만 BOE와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BOE의 대형 LCD 시장 점유율은 32.3%, CSOT는 17.4%다. CSOT가 광저우 LCD까지 흡수하게 되면 28.4%로 늘어나 양사가 사실상 전 세계 LCD 공급을 주도하게 된다.

따라서 국내 TV 업체들은 중국 LCD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중국이 가격 통제권을 쥐고 단가인상 등을 추진하게 되면 수익성 악화 등 공급에 휘둘려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일제히 가동률을 낮추면서 가격을 올린 사례가 있었다. LG전자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LCD TV 모듈 평균가격은 2023년 대비 12.3% 상승한 바 있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매각이 추진될 때 전자 업계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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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용 LCD 가격 변화. 〈자료 DS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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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QLED TV

하지만 CSOT가 인수 대상 업체로 결정되면서 위험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SOT는 국내 협력 관계가 적지 않은 기업이다.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8.5세대 LCD 공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삼성과 지분을 교환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SOT 지분 10.16%와 자회사 CSOSDT 지분 5.02%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BOE와 아이폰 OLED 소송전을 펼치면서 BOE로부터 TV용 LCD 패널 수입 비중을 낮춘 상황이다. 이 때문에 광저우 공장이 BOE에 인수됐을 경우 난처한 입장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나 대만 AUO 등으로부터 LCD TV패널 수입을 늘리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는데, 광저우 공장이 BOE에 인수되면 새로운 패널사를 물색해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LG디스플레이도 LG전자 등에 공급할 LCD 물량 확보를 위해 CSOT와 협상이 예상된다. CSOT도 광저우에서 생산하고 있는 광시야각(IPS) 패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만큼 LG디스플레이가 일정 기간 운영을 도와주며 물량을 담보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광저우 공장은 LG디스플레이의 IPS 특허를 기반으로 패널을 제조하는데, CSOT가 관련 특허가 없고 제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협력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무한정 중국 LCD에 의존할 수는 없어 국내 TV 제조사들은 OLED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자체 OLED 패널(QD-OLED) 외에도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W-OLED)을 늘리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OLED를 5년간 500만대 가량 수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TV에 들어가는 대형 OLED 패널 출하량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69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 김기현 이사는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화이트(W) OLED TV를 통해 자리를 잡았는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LCD(QLED) TV를 밀었기 때문에 고민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CSOT와 관계가 나쁘지 않다보니 BOE가 광저우 공장을 인수하는 경우보다는 덜 껄끄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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