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발사체 제작을 총괄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개발 주관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체 기술 지식재산권을 두고 갈등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른 사업 초기 난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항우연은 차질없는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31일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항우연 대전본원에서 차세대발사체 체계 요구조건 검토회의(SRR)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SRR에 이은 두 번째 회의로 차세대발사체 개발 관련 기관인 우주항공청과 항우연, 한국연구재단이 참석했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은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2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달은 물론 화성 등 심우주 탐사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대비 3배 이상 성능을 개량시키는 것이 목표다.
SRR은 이 같은 차세대발사체 임무 목표 가능성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설계 전 엔진 구성 적절성 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다만 이번 SRR에는 차세대발사체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차세대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서 발사체 제작 총괄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SRR 참여를 통해 발사체 요구 조건 및 구성 적절성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즉 이번 SRR 불참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우연과 갈등을 빚고 있는 차세대발사체 기술 지식재산권 소유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에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를 요구한 바 있다. 항우연과 체계종합기업 계약 체결 당시 사업 제안서에 담긴 '체계종합기업 기여도에 대한 별도 협의를 통해 성과물 소유 배분을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이를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항우연은 차세대발사체 개발 이후 기술 이전 가능성을 언급한 수준의 조항이라는 입장이다. 항우연은 또 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연구개발 성과물은 개발 주관기관 소유라는 점을 근거로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에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 수용 불가 뜻을 전달했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또 이번 SRR의 경우 지난해 SRR에서 미비했던 사항에 대한 추가 검토를 위한 델타 SRR 격으로, 당시 체계종합기업 선정 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애초에 이번 SRR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갈등과 관련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의사표시 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SRR에 이어 향후 진행 예정인 차세대발사체 시스템설계 검토회의(SDR)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참여해 최적화된 엔진 구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항우연은 체계종합기업 계약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논의했던 '공동개발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곧 마무리할 방침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문제는 체계종합기업 체결 전에도 양측이 협의를 거쳤던 사안으로 계약 내용대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차질 없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위해 민관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