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케이브 "전혀 다른 스타일의 다섯 명을 하나로 묶는 스피리츠…그것이 우리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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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 사진=이승훈 기자

밴드 케이브(KAVE)가 드디어 정식 데뷔했다.

케이브(가호-보컬, 케키누-드럼, 지상-기타, 현-피아노·키보드, 오너-키보드·DJ)는 23일 서울시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데뷔 미니앨범 'Flight of Ideas(플라이트 오브 아이디어스)'의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일단 케이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멤버는 역시 보컬 가호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OST '시작'으로 큰 히트를 기록한 가호가 프론트맨으로 나서, 데뷔 전부터 '가호 밴드'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키보디스트 현은 "케이브에 '가호 밴드' 대신 다른 수식어를 붙이자면, '성장하는 자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베놈'이라는 존재와 내면에서 싸우다 자아를 되찾는 콘셉트다. 그런 면에서 이 수식어가 어울린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호는 "케이브라는 밴드를 설득해 나간다는 게, 회사도 5년간 설득했다. 앨범 한 두장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케이브의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대중적인 음악을 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전해 보자고 했다. 더 날 것을 보여주자고 했다. 사실 난 지금도 약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과감하게 보여드리려고 한다"라고 솔로 가호와 케이브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예고했다.

그리고 가호의 예고대로 케이브의 음악은 확실히 일반적이지 않다. 일단 멤버 구성부터 베이시스트가 없는 대신 DJ와 키보디스트가 포함됐다. 사운드적으로도 록에 기반을 두고 있다기 보다 여러가지 장르를 마음대로 혼합한 하이브리드 장르에 가깝다.

일례로 이날 라이브에서 선보인 케이브의 음악은 디제잉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웬만한 메탈밴드 못지 않게 강력하며, 드러머인 케키누는 트레디셔널 그립(※양손을 서로 반대되게 스틱을 쥐는 파지법. 반드시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재즈 드럼이나 마칭 드럼에서 주로 사용한다.)을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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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 사진=이승훈 기자

현은 "우리 콘셉트가 '자아의 분열', '이중성'이다. 통상적인 밴드 사운드 악기 사운드를 쓰기보다 디스토션이라든가 왜곡이 있는 이펙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독특하고 이질적인 사운드를 지향한다. 원래 오너가 베이스를 쳤는데, 아무래도 특이한 사운드라는 콘셉트에 맞게 DJ와 건반으로 베이스를 대신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케키누는 "실제로 우리 멤버 음악 취향이 다 다르다. 나는 메탈을 지상은 팝록을, 가호는 발라드와 알앤비를, 오너는 힙합을, 현은 현대음악과 클래식을 많이 듣는다. 교집합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 교집합이 없는 취향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묶어보면 어떨까라는 화두를 가호가 던졌고, 우리끼리 스피리츠를 맞추자고 이야기했다. 그 스피리츠를 하나로 맞춰 가는 것이 우리만의 록이고 케이브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가호도 "그래서 우리가 합주실보다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우리가 쓴 곡이 이미 50~60곡이 된다. (서로 다른 취향을) 맞춰가는 게 가능할까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4명이 믿고 따라주는 분위기가 컸다. 사실 조율해서 만들기보다 내가 '믿고 따라와 주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내가 증명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내 유튜브 채널에서 블랙핑크 커버를 많이 했다. 그게 반응이 좋아서 친구들이 믿고 따라준 것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독특하고 도전적인 음악과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케이브인 만큼, 팀이 운영되는 방식도 궁금했다. 이에 가호는 "현과 오너가 밴드 마스터라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비트도 거의 오너가 다 만들고 있다. 또 이 다음 앨범은 현이 스트링 악보까지 그려서 진행한 곡이 많다. 뒤틀린 자아의 콘셉트는 가져가되 음악적인 스타일은 멤버 각각의 스타일이 많이 반영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케이브는 사운드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도 밴드의 콘셉트를 드러내 보이는 데에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가호는 "영상이나 비주얼적인 기획과 연출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와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낚시 바늘이 있는데, 이를 우리 메인 이미지로 밀려고 한다. 뮤직비디오 감독님에게도 우리 아이디어를 계속 제안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를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생각들이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자체 프로듀싱, 사진, 영상 다 우리가 정하고 골라서 갈 예정이다. 나가는 이미지 모두가 우리의 아이디어다. 그런 부분도 재미있는 부분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부탁하자 가호는 "솔직히 우리 나이에 데뷔라는 단어 자체를 쓰는 것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다. 요즘 가요계에서 우리 나이에 '데뷔'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신인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 아직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 이것을 다 보여줄 수 있게 노력하겠다.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잘 버티고 밀고 나가는 정신을 가지려고 멤버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있다. 앞으로 어떻게 더 잘보여줄 것인지가 우리의 가장 큰 관건일 것 같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케이브 멤버들 역시 "가호가 평소에 죽을때까지 음악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현), "정말로 감지덕지한 순간이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오너), "이제 막 불이 붙었는데, 우리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케키누), "개인적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기타를 쳤다. 이 순간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더 열심히하겠다"(지상)라고 케이브로 오랫동안 활동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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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 사진=이승훈 기자

한편 케이브는 가호를 비롯해 케키누, 지상, 현, 오너로 구성된 5인조 밴드다. 멤버 전원이 작곡, 작사, 편곡, 올 프로듀싱 능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가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여러 커버 곡 영상은 수백 만 회를 넘기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데뷔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케이브의 팀명에는 'KAVE : Kings Always have Veiled Egos (왕들은 항상 감추어진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또 다른 인격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에 저항하는 정신을 음악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데뷔 앨범 'Flight of Ideas'에는 타이틀곡 ‘Legend(레전드)’를 비롯해 선공개곡 ‘Venom(베놈)’, ‘Hurricane(허리케인)’, ‘Dangerous(데인저러스)’, ‘Avant(아반트)’, ‘Crazy Crazy(크레이지 크레이지)’, ‘Die For U(다이 포 유)’ 등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Legend'는 셔플 리듬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더해진 하이브리드 락 곡이다. 24일 오후 6시 발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