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를 사칭한 사기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실제 공모 일정이 공개된 주식을 싸게 매입 가능하다며 속이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처럼 꾸민 가짜 웹페이지·애플리케이션에서 투자가 진행 중인 것처럼 기만하기도 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등 대형 금융지주사를 사칭해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공모주에 우회 청약이 가능하다며 거액의 투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수법이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 본사 소속이라고 속이고 우리금융 로고를 가져다 쓰거나 임직원 신분증을 위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모주에 청약할 수 있는 자격에 당첨됐다고 무작위로 문자메시지(SMS)를 보낸 뒤, 텔레그램 방에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실제 금융지주사 직원인 것처럼 행세해 신뢰를 얻었다. 주기적으로 글로벌 증시나 코스피 현황 등을 중개해 실제 금융사처럼 보이도록 했다.
데이트레이딩 대리, 배당주 혹은 공모주를 일반적인 공모가 대비 절반 이하에 '우회구매물량할인가'로 판매한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에게는 통상 500% 이상 수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입금한 투자자에게는 임의로 구축된 가짜 홈페이지에서 투자금과 수익률을 허위로 게시해 수익이 난 것처럼 속였다. 청약 철회나 환불을 요청하는 투자자에게는 '의무보유기간' 때문에 매도가 되지 않는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청약에 필요한 자금을 부풀려 인당 수억원 단위로 입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포통장 계좌 발각을 막기 위해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 같은 수법의 경우 계좌 통제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경찰에 신고 시 은행을 통해 계좌 동결 조치가 가능하지만, 이밖의 금융사기의 경우 제3자의 악용 등을 우려해 계좌 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은행·증권사를 포함한 대형 금융사들도 이와 같은 사칭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기업 이미지 실추 등 무형의 손실이 있지만 실질적인 금융사기 피해자 신분이 아니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범죄 수법에 대응하려면 은행연합회 등이 제공하는 '은행 전화번호 진위확인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의심 메시지나 연락이 왔을 때 연락처의 출처를 확인하면 이와 같은 사기를 일부 예방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