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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재 충남대학교 특임교수(전 한국기술혁신학회장)

핵융합에너지는 태양의 에너지 발생 원리인 핵융합 반응으로 만드는 에너지다. 태양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구현한다고 해 흔히 핵융합 장치를 인공태양이라 부르기도 한다.

핵융합에너지는 적은 연료로도 대용량 에너지를 만들 수 있고, 발전 과정에서 탄소도 배출하지 않아 완벽에 가까운 에너지로 여겨진다. 하지만 구현의 기술적 어려움으로 오랜 기간 미래 에너지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핵융합 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꿈이 아니다. 미국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FS)와 트라이 알파 에너지(TAE)와 같은 거대 핵융합에너지 스타트업들은 이미 활발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헬리온 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2028년 핵융합 전력을 제공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투입 에너지 대비 산출 에너지가 높은 것을 뜻하는 '순에너지' 발생 성공 소식을 발표하며, 핵융합에너지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한국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부 지원과 연구자의 열정으로 핵융합 분야에서 세계 수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소형 핵융합 연구장치 KSTAR는 1억도를 세계 최장 시간인 48초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최고 수준 기술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핵융합 에너지 분야는 산업적 관점에서 도태할 기로에 서 있다. 실증로 기술 분야의 상대적 취약성 때문이다.

실험실 수준 연구는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실질적인 에너지로 구현하는 실증로 기술, 즉 증식 블랑켓 기술, 핵융합 재료, 디버터 등 기술은 미국·일본·영국·중국 등 국가 대비 기술력이 낮으며, 투자도 저조하다.

선진 경쟁 국가들은 우리 상황과 달리 이미 핵융합 에너지를 구현 가능한 기술로 확정하고 실증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계가 적극 참여하는 민관 협력으로 구현 시기를 단축하고자 치열한 기술개발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핵융합에너지 관련 새로운 산업이 출현할 경우 주도권을 이들 국가에 내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물론 한국 정부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 참여국으로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왔고, KSTAR 기술개발과 운영에 많은 예산을 투자해 왔다.

하지만 핵융합에너지 구현이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이에 적극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전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실증로를 비롯한 핵융합에너지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획기적인 계획과 투자, 그리고 긴밀한 민관 협력이 요구된다.

한국에서도 최근 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1호 핵융합에너지 스타트업인 '인애이블퓨전'이 출범했다는 사실은 정부가 더 이상 핵융합 실증기술 투자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증빙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의지를 가지고 뛰어든 핵융합에너지 실증기술과 구현에 대해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의지와 함께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계·학계·연구계와 힘을 합쳐 곧 실체로 등장할 신산업인 핵융합에너지 산업을 대한민국이 선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 확보와 기업·산업을 육성해 나간다면 핵융합 에너지 분야는 미래 에너지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우리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장재 충남대학교 특임교수(전 한국기술혁신학회장) jjlee@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