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이하 공사모)'이 '배민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실제 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민이 다른 플랫폼보다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정액제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배달업계 1위라는 이유로 '보이콧(Boycott)' 불똥이 튀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무료배달로 촉발된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경쟁이 현 상황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배민이 정률제 요금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것이 외식업주 불만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외식업주들이 21일 '배민1플러스' 주문을 받지 않는 '가게배달의 날'로 설정하고 '보이콧'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배민 보이콧을 주도한 공사모 카페에는 23일 기준 약 467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배민에 가입한 외식업주 중 약 0.1%에 불과한 수치다. 배민에 가입한 외식업주는 32만명이 넘는다.
일부 점주들이 보이콧 방향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모는 정률제 요금인 '배민1플러스'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 '가게의 날'로 지목한 21일에 '배민1플러스' 요금제로 운영되는 '배민배달'을 끄고 정액제로 운영되는 '가게배달'을 켜놓았다.
하지만 배민1플러스의 중개 수수료는 6.8%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쿠팡이츠(9.8%), 요기요(12.5%)와 비교해 부담이 덜한 편이다. 유일하게 정액제 상품을 운영중이고, 배달업계 1위라는 이유로 외식업주들의 표적이 됐다.
업계는 배민 보이콧의 근저에는 배달 플랫폼의 출혈경쟁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지난 3월 쿠팡이츠가 업계 최초로 무료배달을 선언했고, 이에 배민과 요기요도 무료배달 경쟁에 참전했다. 그러나 무료배달 정책은 배달비 설정에 배달 플랫폼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자체배달 상품에만 적용할 수 있다.
무료배달 경쟁이 격화되면서 정률제인 자체배달 주문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식업주 의지와는 무관하게 중개수수료를 부과해야 하는 자체배달로 주문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민이 울트라콜 비중을 줄이고 정률제인 배민1 노출을 유리하게 하면서 외식업주들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광고 효과가 큰 정률제를 선호하는 업주와 광고 효과가 덜해도 부담이 적은 울트라콜을 사용하는 자영업자 사정이 다른데 정률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노출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무료배달 격화로 가게배달 대비 배민1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배민이 가게배달 노출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출혈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문 수가 가장 많은 배민이 경쟁사 대비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중개 이용료도 경쟁사 대비 가장 낮은 구조여서 무료배달 과열경쟁 상황이 이어질수록 배민에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배민이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외식업주를 대상으로 한 요금제 변경 등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은 무료배달 경쟁으로 인한 정률제 주문 쏠림 현상에 있다”면서 “이번 보이콧은 기본적으로 정률제 기반 무료배달 경쟁에 업주들이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