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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원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대표이사

최근 서울시가 2033년까지 서울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까지 줄인다는 강도 높은 목표를 발표했다. 특히 탄소 배출 비중이 62.1%에 달하는 건물 부문에서 신축 건물, 현재 사용 중인 건물, 노후 건물 등 단계별로 나눠 인증 강화, 총량제 등 맞춤 관리에 나선다.

건물은 건설, 운영, 폐기 등 전 생애주기에 걸쳐 탄소를 배출한다. 땅을 사서 건물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 노후가 되면 리노베이션을 하거나, 다 부수고 새로 짓기도 한다. 이러한 건물의 생애 주기는 일반 제조 산업의 상품 개발부터 대량 생산, 폐기 사이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수출을 하지 않다 보니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같은 건물관리(FM) 기업도 건물주로부터 별도의 지시나 요청이 없다면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로 탄소가 줄어들려면 '실천'을 해야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변화는 현장에서 나온다. 현장에 가까이 있을수록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용적인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발굴할 수 있다.

실제로, 에스앤아이가 관리하는 A사는 원래부터 에너지 감축을 잘해왔고 기술과 운영 노하우도 많이 쌓여 있었다. 에스앤아이는 여기에 사각지대 주차장 조명을 고효율 LED로 교체하거나, 공조기 코일을 세척해 풍량을 증가시키고, 보일러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등 노력으로 3년 동안 평균 4.9%의 탄소를 감축해 총 1만415.89tCO2-eq를 줄일 수 있었다. 현장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실제 건물 운영과 관리는 협력사인 중소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이 함께 기술, 아이디어, 노하우를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협업을 통해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첫 번째 기업 간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아직도 이메일 위주 비효율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협업툴을 도입해 대기업과 협력사 간 아이디어와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한다면 혁신적인 해법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디자인 싱킹이 있다. 디자인 싱킹은 공감, 문제 정의, 아이디어 창출, 프로토타입 제작, 테스트 5단계를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활동이다. 현장 직원과 본사 직원이 함께 모여 디자인 싱킹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험할 수 있다. B사는 다점포 리테일 매장에 센서를 부착해 냉온도 모니터링, 간판, 조명, 냉난방기 제어 등 각 설비의 에너지가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고 원격으로 관리해 에너지를 10.1%나 절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센티브 제공 등 우수 사례에 대해 포상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자발적 탄소저감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건물 부문 탄소감축을 적극 실천한 기업에 등급을 부여하고, 크레딧을 제공하는 등의 가시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경영에 적극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또 대기업, 중소기업 등 모든 참여 주체가 자랑스럽게 성과를 내놓고 격려받을 수 있는 기회를 지속 제공해야 한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탄소 감축 우수사례가 공유되고 확산돼야한다.

형원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대표이사 enabler@s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