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난 11~1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 'URC 2024'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후 1년간 협력해온 피난민 생존과 재건에 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폴란드 국경과 인접한 인구 2만6000명 소도시 트루스카베츠는 전쟁 중 피란민 1만5000명이 유입돼 식수난이 심각하고, 기존 정수장도 노후화 돼 수돗물 품질도 열악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나, 이곳에 하루 1만4000명 주민에 공급할 수 있는 100톤 규모 이동식 정수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건사업 대부분이 종전 후 착수 가능하지만, 식수시설은 전쟁 상황에도 즉시 지원할 수 있다.
특히, 6·25 전쟁을 경험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종전 후 파괴된 도시재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거점 도시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전후 국가 재건에 필요한 물류기지가 될 르비우주 '호로독'과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부차' 등 2개 도시에 대한 산업단지 개발을 제안했다.
폴란드 접경에 위치한 호로독에는 여의도 3배가 넘는 9.3㎢ 면적의 한국형 스마트 그린도시 개발을 제시했다. 키이우 도심과 유럽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광역도로, 철도가 지나는 교통 요충지 부차에는 전후 경제 회복의 허브가 될 34.3㎢규모 산단 조성을 제안했다.
러시아의 폭격으로 작년 6월 파괴된 357㎿규모 다목적댐 카호우카댐 복구사업의 경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참여를 호소했다. 우리나라는 민관이 원팀을 구성해 댐분야 기획·설계·유지보수 경험을 앞세워 카호우카댐을 복구한다면, 크림반도 일대 생활·공업용수와 전기,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 공급이 재개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70여년 만에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한강의 기적'을 재현하길 기대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