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13억톤·석유 42억배럴 규모
1966년 탐사 나선 이래 최대 성과
“5000억 투입되지만 경제성 충분”
재정지원·수익금·해외 유치 조달
매장량 파악·계획 수립 거쳐
상업생산 시점 2035년 전망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는 LNG기준, 우리나라가 약 30여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으로 정부가 추산한 경제적 가치는 최대 2300조원에 이른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한 만큼 정부도 상업 생산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광구 개발로 이어지면 이는 우리나라가 자원개발에 나선 지난 1966년 이래 최대 성과로 한국 자원개발률도 일거에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년간 두드린 포항 앞바다…드디어 결실 보나
포항 앞바다는 과거부터 원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공산이 큰 지역으로 꼽혔다. 정부도 지난 1966년부터 이곳에서 국내 해저자원에 대한 석유·가스 탐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1998년 동해에서 4500만 배럴 규모 가스전을 최초로 발견,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상업생산을 진행했다.
정부는 추가로 기존 동해 가스전 주변, 특히 심해 지역에서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해 2월 그간 축적된 동해 심해 탐사자료를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인 미국 액트 지오에 심층 분석을 의뢰했다.
액트 지오는 최근 포항 일원 동해 심해 유망구조에서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도 이에 최종 동의했다.
액트 지오가 제시한 부존량은 탐사자원량으로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된 유망구조의 추정 매장량이다.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향후 시추결과에 따라 실제 매장량이 산정된다.
정부는 약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시추 사업의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시추를 승인했다. 다만, 이날 정확한 규모와 위치를 확정하진 않았다.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비용은 정부 재정지원,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기업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탐사정 시추로 구조 내 석유·가스 부존이 확인되면 평가정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파악한다. 정부는 첫 시추 일정을 연말로 계획 중이다. 3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최종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혜획이다.
매장량 확인으로 경제성이 확보되면 개발계획 수립과 생산시설 설치가 이어지는데 이를 감안한 상업 생산 시작 시점은 2035년경이다.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10년이 소요되며 생산기간은 30년 안팎이다.
◇ 이번 세기 최대의 유전 발견 등극 가능...자원개발률 00%로 급상승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동해 유전의 매장 예상 자원은 가스(75%), 석유(25%)로 추정된다. 가스는 3.2(최소)∼12.9억톤(최대), 석유는 7.8(최소)∼42.2억배럴(최대) 부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이번 세기 발견된 단일광구 최대 심해유전으로 평가되는 남미 가이아나 스타브록 광구의 발견자원량인 110억 배럴을 뛰어넘는 규모다. 우리나라의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의 최대 29배, 석유는 최대 4배에 이른다.
자원대체 효과는 더욱 크다. 과거 석유공사가 동해 천해에서 총 11공 탐사정 시추 끝에 국내 최초 상업적 가스를 발견함으로써 우리나라는 98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랐다. 당시 매장량은 4500만 배럴로 소규모 가스전이었지만 매출 2조6000억과 순이익 1조4000억을 달성했다.
이번에 발견한 구조에서 만약 최대 추정치인 석유·가스 140억 배럴이 발견되면 동해 가스전의 30배가 넘는 석유·가스를 확보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실제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나온다면 이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 총액의 5배 정도”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이날 기준 455조원으로 5배는 2275조원에 육박한다.
향후 개발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얻을 경험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해 자원개발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로 정부는 해외 메이저 자원개발 기업을 유치해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강천구 인하대 교수는 “해외 메이저 자원개발기업이 국내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면 이 과정에서 동반 참여하는 우리 기업도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접할 수 있다”면서 “자원개발 분야 기술 경쟁력 제고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