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SK텔레콤 요금이 기본료 11.1%, 통화료 15.4% 씩 각각 인하됐다. 두 지면을 차지한 베이지·파랑 바탕에 '요금은 Down, 품질은 Up'이라고 홍보하자 PCS 3사는 뒤질세라 가위·보로 'PCS 3사가 이겼다!'라며 대응했다. 감사원은 이면 요금 작업에서 이뤄진 예측 방법론 일부를 문제 삼았지만, 수정 후에도 금액 차이가 크지 않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필자가 이동통신요금 이슈를 담당한 것은 2001년이다. 시민단체는 요금이 높다며 이동통신사의 원가 자료 공개를 요구, 1인 시위를 벌이면서 100만인 서명 운동을 전개했다. 법적으로는 SK텔레콤의 인가 신청이 없는 한 강제할 수단이 없지만,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포괄적인 이동통신정책 방향을 마련해 달라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요청했다. 공정경쟁실 연구원들은 철야 태세로 임했다. 10월 최초의 이동통신요금 공청회 '시장환경변화에 따른 이동전화요금 현안'이 개최됐다. 통화량 예측과 기본료·통화료 및 무료통화의 조합으로 요금인하가 통신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핵심이었다.
이동통신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프리미엄을 반영해 KT·LG유플러스가 요금을 일정 비율 낮게 유지하는 '선도요금(leader-follower pricing)'이 관행이다. SK텔레콤이 요금을 인하하면 후발사도 덩달아 낮춰야 하기에 같이 모두가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만년 적자이던 LG텔레콤(現LG유플러스)이 보조금 규제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면서 2001년 상반기 수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요금인하안은 LG텔레콤의 당기 순이익이 소진되는 범위 내에서 마련했다. 갓 탄생한 후발사의 수익력에 과도한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며 선후발사 간 공정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 비대칭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 잡던 시기였다. LG텔레콤은 고민이 많았다. 개선된 수익을 IR 무기로 삼았지만, 요금인하 강도가 너무 커지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멀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정월 초하루 기본료·통화료는 각기 1만6000원에서 1000원, 22원에서 1원으로 평균 8.4%로 인하됐다. 무료통화도 제공됐다. 시장이 급성장했던지라 요금을 인하해도 수익은 늘 것이라 기대했다. 유사한 틀은 2003년에도 이어져 기본료 1000원, 통화료 9.4%가 인하됐다.
필자는 연구 담당자로서 정보통신·통신요금심의위원회 및 당정 협의회의 전 과정에 참석했다. 정부는 심의 결과를 따르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위원들이 내로라하는 전문가이었던지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여당은 엠바고를 깨고 요금인하 계획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고 2000년에는 고지서가 총선 시점에 맞추어 발행되도록 시간을 역산하여 추진하기도 했다.
잠잠해졌던 시민단체의 원가 공개 요구는 2011년에 다시 표출되기 시작했다. 공청회에서 3313억 원으로 이용자 편익 증대 효과를 추정했던 초 단위 과금제도 이때쯤 도입됐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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