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 겸 총괄 프로듀서가 인공지능(AI) 기술이 콘텐츠 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AI 기술 진화에 발맞춰 K팝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계도 빠르게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고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AI 시대 원저작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법·제도 정비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전 총괄은 30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2024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하 CISAC) 세계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AI 챗봇 기술이 콘텐츠 산업에 가져올 장밋빛 미래와 함께 다양한 우려,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컴퓨터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전 총괄은 지적재산권을 K팝 산업 육성의 동력으로 봤다. 작사·작곡가와 가수의 권리와 물질적 대가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자신을 AI 챗봇 신봉자라고 언급한 그는 앞으로 AI 챗봇이 조만간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으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관측했다. 아울러 K팝과 AI 접목이 컬처와 테크(기술) 융합이자 연예인과 프로수머인 팬 사이에 보다 직접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 총괄은 “음반·영화·출판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은 소비자와 연계된 플랫폼 진화로 새로운 세대를 맞이했다”며 “AI와 챗봇의 기술이 빛과 같은 속도로 창작자와 소비자의 소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AI 창작물이 원저작자 권리를 침해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우선 지적재산권 침해와 불법복제 및 배포, 표절 문제다.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하며 생산해내는 콘텐츠와 관련해 어디까지를 창작 영역으로 볼지, 또 불법 다운로드된 콘텐츠를 익히고 사용하거나 창작자 동의 없는 무차별 도용 등에 대한 판단 기준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로 인해 대중 인지도가 낮은 작품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전혀 보호되지 못하는 상태로 세상에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결국 창작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고 창작자가 받아야 할 수익으로 인한 선순환 구조가 깨져 창의성이 가장 존중돼야할 문화산업이 발전되지 못하는 구조로 변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총괄은 “AI 챗봇 기술 발달은 우리에게 분명 새로운 삶의 질을 만들어 줄 것이지만 이로인한 문제도 함께 적시돼야 한다”며 “법은 언제나 아주 느리게 모든 일이 벌어진 이후에 움직이는 만큼 각국 정부와 기관, 산업계가 법·제도 정비를 미리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준비 가능한 기술적 대응방안으로는 AI 챗봇과 아바타, 로봇에 각각 ID를 부여하는 일종의 실명제와 전세계적으로 일원화된 저작권 표준,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이 전 총괄은 “창작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가능한 영역”이라며 “창작자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이나 국가에 있는 어린 소녀 혹은 청년이라 할지라도 스마트계약 시스템으로 지구 반대편의 프로듀서 눈에 띄고 저작권료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1926년 창립돼 전 세계 116개국 225개 저작권 단체를 회원으로 둔 CISAC 관계자가 국제 주요 저작권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서울에서 CISAC 총회가 열리는 것은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 AI 발전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저작권 규범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창작자가 투명하고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일에 앞장서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