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반도체 유리기판 공급망...핵심 소부장 기업은 누구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 제조 공급망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유리기판 제조사들이 생산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핵심 소재·부품·장비사들이 수면 위로 부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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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자회사 앱솔릭스가 개발한 유리기판

13일 업계에 따르면 SKC 자회사인 미국 앱솔릭스와 삼성전기 등이 반도체 유리기판 양산을 위해 핵심 설비 반입 등 공급망(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앱솔릭스는 2분기 시험 생산을 목표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3분기 파일럿 라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유리기판을 둘러싼 소부장 공급망도 가시화되고 있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미세한 구멍(홀)을 통해 전기 신호를 전달해야 하는 공정이 필수다. 이를 글래스관통전극(TGV)이라 부르는데, 이 TGV 공정용 레이저 분야에서 독일 LPKF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사 다수가 LPKF 장비를 확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TGV는 보통 레이저로 구멍의 작은 홈을 새기고, 이후 식각 공정(에칭)으로 필요한 크기와 모양의 구멍을 깎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TGV 공정의 첫 시작이 레이저 작업이기 때문에 성능과 품질을 결정 짓는 중요 요소다. LPKF는 인쇄회로기판(PCB)서부터 시작한 기술력과 특허로 유리기판에서도 우수 성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PKF는 식각 기술도 확보했다.

TGV용 레이저 장비사로는 국내 필옵틱스도 부상하고 있다. 필옵틱스는 지난달 TGV 양산 장비를 출하했다. 유리기판 양산 라인에 적용된다는 뜻으로, 필옵틱스 장비는 가장 양산이 빠른 앱솔릭스 쪽 협력사에 납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반도체 유리기판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부터 장비를 개발했고, 2021년에 시제품을 공급했다. 필옵틱스는 TGV 등 핵심 공정이 끝난 유리 기판을 반도체 크기에 맞게 절단하는 장비 납품도 시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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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유리기판

레이저로 TGV 구멍 형태를 만든 후 이뤄지는 식각 공정에서는 에스이에이(S.E.A)가 주목된다. 식각이란 케미칼 등을 통해 표면을 처리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뜻한다. 유리기판에서 식각은 레이저로 구멍낸 부분을 더 선명하고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이다. 에스이에이는 태양광과 반도체 패키징에서 20년 이상 전문성을 키워온 회사로, 반도체 유리기판 장비를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에스이에이와 후세메닉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에프앤에스전자는 제조 공정을 직접 담당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에스이에이로부터 식각 장비를 포함한 증착 장비를 도입해 TGV와 금속 회로 증착(메탈라이징) 공정으로 반도체 유리기판 양산을 시작했다. 에프앤에스전자가 진행한 유리기판은 앱솔릭스 미국 조지아 공장에 납품돼 추가 공정 및 후가공을 이어가게 된다.

현재 유리기판 공급망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소규모 혹은 시제품 양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도체 유리기판이 본격적으로 채택되고 양산되는 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안정화를 위해 다변화 등 공급망이 더 확대되고, 복잡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초기 시장 진입이 곧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현재 이뤄지고 있는 공급망 구축이 주목된다.

반도체 유리기판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레이저와 식각 기술력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조성되고 있지만 향후 후가공 및 검사 영역까지 반도체 유리기판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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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유리기판 관련 주요 공급망 업체 - 자료 : 업계 취합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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