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기술패권 경쟁 시대, R&D 혁신 위한 '기업연구소법' 제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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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SK텔레콤 미래R&D담당/부사장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이 인공지능(AI) 시초인 튜링머신을 세상에 내놓은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게임체인저로 자리잡고 있다.

헬스케어, 반도체, 미디어, 보안, 탄소저감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되며 산업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 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AI 초격차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며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도 그동안 축적된 기술 역량과 AI 피라미드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AI컴퍼니로의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년간의 노력 끝에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등 각각의 기술 요소를 연결해 통합패키지로 표준화한 'AI 풀스택(Full stack) 구조와 연동규격'을 국제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국제표준으로 승인받기도 했다.

진화와 확산의 속도가 빠른 AI 기술시장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연구조직과 경영진의 강한 혁신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우리 산업계가 지난 수년간 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등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불 꺼지지 않는 연구 현장의 혁신 기술 개발 노력이 컸기에 가능했다.

우리 기업들이 합심해 우수한 인재를 육성·확보하고, 연구개발(R&D)에 매진해온 결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과학 인프라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용 비중은 각각 2위, AI 경쟁력은 세계 6위 수준을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 내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기업 R&D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지정학적 위기는 장기화되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 심화로 파생되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 변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연구인력 부족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글로벌 첨단기술 확보 전쟁에서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와 변화 앞에서 적시에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 또한 한순간이다. 기술 진화 주기는 계속해서 짧아지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기술 개발은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관련 법이나 제도와 같은 법률적, 제도적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가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자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연구소 지원 강화를 위한 '기업부설연구소 등의 연구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기업연구소법)'이 지난해 3월 발의됐으나, 1년이 지난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본 법안에는 국가 차원의 기업연구소 육성 및 체계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술개발인의 노고를 치하하는 '기술개발인의 날' 제정 등 내용이 담겨 있다. 기업 연구소의 대외적 위상 제고를 통해 사회적으로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우리 기술개발인의 사기를 효과적으로 진작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법안이다.

여야가 한마음 한뜻으로 기업 R&D 활성화를 기원하며 발의한 본 법안이 빠른 시일 내 입법화로 이어지길 기술개발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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