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초대질량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 펼쳐지는 모습을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공개했다.
최근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블랙홀 주간(나사 자체 기념일; 매년 5월 6~10일)을 기념해 기후 시뮬레이션 센터의 디스커버 슈퍼컴퓨터로 만들어진 시각자료를 유튜브에 게재했다.
블랙홀은 중성자 별이 되지 못한 항성의 진화 최종단계로 추측되는 천체다. 강한 중력으로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검게 보이는 것으로, 만약 인간이 도달하게 되면 '스파게티화' 되기 때문에 이를 관측하기도 전에 사망한다.
이에 나사는 블랙홀 주간을 맞아 시뮬레이션으로 초대질량 블랙홀을 구현하고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에서 플라이바이(flyby)로 튕겨져 나가거나, 경계선을 넘어서 보는 두 가지 경우를 선보였다.
시뮬레이션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430만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1600만 마일(약 2500만km)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약 17%에 달한다. 부착원반이라고 불리는 뜨겁게 빛나는 가스가 사건의 지평선 밖에 있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자료를 만든 제레미 슈니트만 천체물리학자는 “사건의 지평선에 도달하기 전에 모든 물체가 찢어진다”고 말했다. 중심부인 특이점으로 떨어지는 중력은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강해서 물체를 수직으로, 또는 수평으로 찌그러뜨리면서 국수 가닥처럼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블랙홀로 여행은 무조건 일방통행이다. 나사는 이 경우, 사건의 지평선을 넘으면 단 12.8초만에 스파게티화되어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지평선을 건너지 않고, 왕복 6시간 동안 여행하는 경우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됐다. 이 경우 공간과 시간에 미치는 뒤틀림으로 여행자가 여행하지 않은 이들에 비해 약 36분 젊어질 수 있다고 나사는 전했다. 스니트만 박사는 “훨씬 더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만약 블랙홀이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것처럼 빠르게 회전한다면, 여행자는 훨씬 더 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영상은 점점 느려진다. 주변부를 움직이는 모든 시공간이 중심으로 빨려들어가고, 특이점이라고 불리는 1차원 지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리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나사는 “천문학자들이 원래 블랙홀을 '얼어붙은 별'이라고 불렀던 이유”라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